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집회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집회는 다수의 사람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런데 집단적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이라 해도 무제한 보장되는 건 아니다. 집회의 자유가 공공의 질서를 위반하거나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면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집회와 관련해 관대한 입장을 가져 온 법원이 민폐를 끼치거나 혐오스러운 인신공격적 표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최근 법원은 사생활의 평온(平穩)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소음을 유발하면서 혐오스러운 표현의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도 상식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는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에 포함해 규정하고 있지만, 집회의 본질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시위도 움직이는 집회로서 집회의 자유에 포함해 헌법적으로 보장한다. 집회와 시위는 집단적인 표현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기에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중요한 기본권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적인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국민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회와 시위가 빈번했다. 그런 기억 속에서 집회와 시위는 국민에게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를 위한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집시법은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소음 억제를 위한 확성기 등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폭력적 집회나 시위를 금지한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 질서를 훼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만 보장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떼법이니 국민정서법이니 해서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법을 벗어나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집단행동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행위가 때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용인되기도 함으로써 법과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다. 민주적 법치국가는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현행 집시법에도,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은 있다. 그런데 이를 위반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묻는 규정은 없다. 물론 현수막이나 플래카드 또는 깃발에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당사자의 고소가 필요하다.

집회와 시위의 과도한 자유가 민주적 법치 질서를 훼손하는 것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집회와 시위로 인해 사생활의 평온이 침해되거나, 명예훼손이나 모욕 또는 도덕·윤리에 반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집시법에 처벌 규정을 강화해 엄격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신의 권리 행사가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면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법치국가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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