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日 정부 방위비 증강 본격화
3대 안보문서 北 · 러 등 언급
전후 최초로 반격능력 명시
일본 공격받지 않아도 적용
GDP 2%까지 방위비 증액
4조엔 중 1조 증세로 조달
기시다 30%대 지지율 정체
자민당 지방선거 대패 우려
일본 정부가 오는 16일 국가안전보장전략·방위계획대강·중기방위력정비 계획을 개정하며 방위비 강화를 본격화한다. 핵심 내용은 유사시 북한 등 주변국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와 방위비 증액, 자위대 재편 등이다. 헌법 개정은 아니지만 전후 75년 동안 유지된 평화헌법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당할 때 방어용으로만 무력행사)’ 원칙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동북아 안보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부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증세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개정을 코앞에 두고도 구체적인 세율과 증세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글로벌 포커스는 ‘방위비 증강 나선 일본의 오늘’에 대해 다룬다.
◇전후 최초로 ‘반격 능력 명기’…일본, 군사 대국화의 길로 간다 =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 12일 방위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3대 안보 문서의 개정안에 합의했다. 자위대에 ‘반격 능력’을 부여하고 5년 안에 방위비를 현재의 2배 이상 증액하는 내용이 담긴다.
일본에서 5∼10년마다 개정·발행하는 3대 안보 문서는 일본의 중장기 군사 전략과 무기 보유 계획, 예상 재원 등을 담은 중요 지침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전후 최초로 반격능력 보유를 명기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은 북한을 ‘종전보다 더욱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맞물려, 안보상 강한 우려’라고 규정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반격 능력 부여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유사 위험 고조 등 국제정세 급변에 대한 대응”이라며 “정부는 미군에 의지하는 것만이 아닌 자립적인 방위력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일본이 직접 공격받았을 때뿐 아니라 미국이 공격을 받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사실상 유사시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일본은 방위 전략 변화에 따라 방위비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서 5년 뒤 2%로 늘린다. 개정 예정인 안보 문서 3건에 방위예산은 2023~2027년 5년 동안 합계 43조 엔(약 408조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현재 25조9000억 엔(지난 5년간 방위비 합계) 대비 1.5배 수준이다. 방위비 중 대부분은 미사일 실전 배치에 쏟아붓는다.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5조 엔을 투입해 장사정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일단 미국의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수백 발 들여오고 개량 작업을 통해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정거리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자위대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낸다. 일본 정부는 육상 자위대 정원을 2000여 명 줄이는 대신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종합적으로 지휘할 ‘통합 사령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오키나와(沖繩)현에 위치한 작전부대는 여단에서 사단으로 격상된다. 또한 오키나와현 공항 활주로를 자위대 F-35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보강할 계획이다.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서민 주머니 털어 증세라니”…방위비 증세로 퇴진 요구받는 기시다 총리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방위비 확보를 위해 최근 증세 검토를 지시했다. 8일 기시다 총리는 여당 간담회에서 “방위비를 향후 5년 동안 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2027년부터 매년 4조 엔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이 중 1조 엔가량을 증세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국채 발행 대신 법인세를 5% 올리고 담뱃세 등을 올려 부족한 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을 돕는 ‘부흥세’의 납부 시한을 늘려 방위비에 일부 활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를 흔드는 자민당 내 역풍이 거세다. 방위비 증세 추진으로 인해 내년 4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대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증세 반대는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아베파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유지를 받들어 “국채를 발행해서 방위비를 충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기시다 내각 각료까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아베 전 총리의 ‘복심’이라고 불렸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의 임금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게 하는 발언으로 그 진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자민당 내부에서는 구체적 세율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내부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일본 트위터에는 ‘방위비 증액’ ‘방위비 증세’라는 키워드가 주요 검색어에 진입했다. 특히 방위를 위한 증세는 서민들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비판글이 쏟아지고 있다.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는 SNS에 “(기시다 총리는) 퇴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만화가 구라타 마유미(倉田眞由美)는 SNS를 통해 “(기시다 총리는) 서민들에게 더 피를 흘리라고 말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거센 반발에도 기시다 총리는 “증세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과거 자민당 집권 시절 세제 인상을 추진했던 총리가 교체됐던 전례를 들어 기시다 총리가 당내 구심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난 지금 기시다 총리가 직접 아베파를 설득하고 당을 장악할 수 있을지에 향후 정권 운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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