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1880~1968)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을 방문해 고미술상에서 사무용 책상인 ‘서안’(Writing Desk)을 사 간 기록이 공개됐다. 미국 작가이자 사회 복지 사업가였던 헬렌 켈러는 세계 최초로 대학교육을 받은 시각·청각 장애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로버트 마티엘리(97·사진)의 한국문화재 컬렉션 연구 프로젝트에서 확인됐다. 재단이 올해 시작한 국외문화재 역사 테마 연구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종료 후 마티엘리는 일제강점기 고미술상의 외국인 고객장부,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 등 국외 소재 한국문화재 관련 자료 3건 60점을 재단에 기증했다. 재단은 그 중 고객장부에서 헬렌 켈러가 1937년 7월 14일 사무용 책상을 구입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에 거주 중인 로버트 마티엘리는 1958년부터 1988년까지 미8군 군무원으로 한국에서 30여 년 간 근무하며 총 1946 점의 한국문화재를 수집했다. 그는 덕수궁 맞은편에 위치한 사무엘 리의 고미술상에서 1936년부터 1958년까지의 외국인 고객장부 1건, 자신이 한국에서 고미술상 등으로부터 받았던 명함 58점, 그리고 1962년 미8군 SAC(Seoul Area Command) 도서관에서 개최된 화가 박수근(1914~1965)의 개인전 리플릿 1건을 재단에 기증했다. 사무엘 리 고미술상의 고객장부는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 규모의 ‘한국문화재 구입 외국인 명단’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사무엘 리는 유창한 영어 실력르로 한국에서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고미술품을 판매했다.
이번에 기증받은 1962년 화가 박수근의 개인전 리플릿은 33점의 출품작 목록이 인쇄된 기존에 알려진 자료(이구열 수집, 리움미술관 소장)와 달리 11점의 목록이 추가 인쇄돼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1962년 미8군 SAC 도서관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는 총 45점의 유화 작품이 출품됐다고 추정해왔다. 그동안 알려진 박수근 개인전 리플릿에는 33번까지만 적혀있어 박수근의 구체적인 출품 목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박수근의 전시를 연구해 온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이번에 기증받은 자료의 추가 11점 목록은 박수근의 SAC 도서관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 전체를 복원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며 해당 리플릿의 사료적 가치를 평가했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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