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그때가 7월 하순, ‘아비뇽 축제’ 기간은 라벤더 수확이 끝난 직후였다. 그래도 내가 언제 또 프로방스를 올 수 있을까 싶어 라벤더 로드를 달려 보았다. 여행 화보들에서 보았던 보랏빛 물결은 끝내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아를로 가는 길에 생각지도 못한 해바라기의 바다를 만났다. 고흐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 물결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꽃은 모일수록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쪽으로 진화됐던 것일까. 동종 간에는 질서의 아름다움이 있고, 이종 간에는 다양성과 생명의 활력이 넘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김홍년, 그의 화면은 여백조차도 꽃으로 채워진다. 거대 화면에서 끝없는 꽃 무리가 연출하는 장관을 보면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미래 권력이 미디어에서 온다는 것을 점친 백남준 미학도 여기서 영감을 얻었는지 모른다. 한 송이보다는 두 송이, 두 송이보다는 세 송이… 그렇게 무한으로 향해가는 화면, 그것이 어떻게 분할되더라도 그 의미와 효과는 보존된다. 꽃밭에 나비가 빠질 수 없다. 성탄의 기쁜 소식에 어울리는 현대적 길상도(吉祥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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