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의 본격 개시를 선언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난 9월 14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의 본격 개시를 선언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 중기부, 자율협약 박차… 내년 10월 본격 시행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현재 위·수탁 388개사 참여
“재료값 걱정없이 생산 전념”
시범운영 기업에 인센티브

소액·단기계약땐‘연동제’예외
예외조항 악용방지책도 마련돼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큰 걱정 없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위탁기업에 생산성과 품질로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 9월 14일부터 시작된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에 참여한 A 수탁기업 관계자는 2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납품대금 연동제를 적용받은 덕분에 코로나19 여파에 원자재 가격이 70% 이상 폭등하는 악재 속에서도 회사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위탁기업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이번 시범운영에 참여하기에 앞서 이미 2012년부터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납품대금 연동제 관련 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진행 중인 시범운영에 보다 많은 기업의 공감과 동참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법안이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초 공포된 뒤 같은 해 10월부터는 본격 가동된다. 중소기업계는 법안 시행 전 최대한 많은 기업이 시범운영에 참여해 미리 법제화에 대비하고 자연스러운 기업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위탁기업 47개 사, 수탁기업 341개 사 등 총 388개 사가 371건의 연동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집계됐다. 납품대금 연동제에 동참할 기업을 상시 모집하고 있으며 참여기업에는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신청 희망 기업은 중기부 홈페이지를 참조해 작성한 신청서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으로 내면 된다.

정기환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시범운영에 참여하면 동반성장지수 평가 우대 등 적지 않은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며 “많은 기업이 법안 시행 전 시범운영에 참여해 제도를 미리 경험하고 다양한 혜택도 받기를 추천해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에 위탁기업으로 참여한 주요 대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KT 등이다. 1호 신청기업은 식품기업인 대상㈜이고,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가장 많은 수탁기업들과 연동 약정을 체결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15일 중기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 건설기계 업계 1위인 이 회사는 최근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범운영에 참여해 연동제를 미리 겪어보면서 법제화 상황을 사전 연습하는 효과를 얻었다”며 “협력사들이 원재료 가격을 걱정하지 않고 질 좋은 부품을 생산하는 데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동제를 처음 도입하면 낯설고 복잡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지속하면 금방 익숙해진다”며 “사내에서도 법제화 전 미리 도입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애초 2008년부터 도입이 논의됐지만 시장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지지부진했다가 14년 만에 해묵은 문제가 풀린 셈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 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로, 납품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에는 연동제가 도입된다. 앞으로 위탁기업은 수탁기업에 물품 등의 제조를 위탁할 때 주요 원재료, 조정 요건 등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기재해 수탁기업에 발급해야 한다. 조정 요건은 주요 원재료 가격이 위탁·수탁기업 간 10% 이내 범위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 변동하는 경우로 정해졌다.

다만 계약 주체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나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소액 계약이나 단기 계약인 경우에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예외 조항으로 납품대금 연동제의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개정안에 위탁기업의 예외 조항 악용 방지를 위한 탈법행위 금지 조항이 신설되고, 이를 위반한 위탁기업에는 5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겨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종 목표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하나의 기업 문화로 현장에 안착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의 첫걸음으로 법안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 17개 지방청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만들어 납품대금 연동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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