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토피아 사회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다. 흔히 설계주의 혹은 설계주의자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들이 결코 피할 수 없는 함정은 설계가 늘 뜻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산국가 지도자들은 곧잘 세상을 설계대로 꿰맞추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것이어야 한다. 오죽하면 구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마저 국가계획위원회 통계국 관리들을 향해 “×(糞)으로도 무기를 만들어낼 자들”(폴 존슨 ‘모던 타임스’)이라고 했겠는가.
이런 점에서는 같은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매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그해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다. 놀라운 것은 연말에 발표되는 실질 성장률이 연초 발표한 목표치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차이가 난들 1% 내외다. 누가 봐도 통계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방 세계의 매스컴이나 연구기관들은 보다 정확한 성장률을 산출하기 위해 매년 되풀이하는 일이 있다. 전국 규모의 전기 사용량, 건축 중인 부동산 면적, 화물 물동량 등을 종합해 성장률로 환산하는 작업이다. 중국 정부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 후에도 정부의 통계는 여전히 의연하다. 지난 19일에는 사망자 수가 2명, 20일에는 5명에 불과하다더니, 25일부터는 아예 공식 발표를 중단했다. 당연히 서방 매스컴이 눈길을 돌린 쪽은 전국의 화장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모든 화장장이 포화 상태로 시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다.
공산주의 체제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놀랍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통계 조작이 자행됐다고 한다. 소득·일자리·부동산, 심지어 선거여론까지 국가와 사회 통계를 특수한 목적에 봉사하도록 분식한 것이다. 어떤 통계청장은 안면 몰수하고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이 문 정부의 이런 정황을 다수 발견하면서 감사에 들어갔다. 문 정부의 설계주의자들은 과연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것일까. 자신들의 허황된 관념을 위해 우리네 삶을 조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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