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은 조사 안할 듯
박지원·서욱 등 불구속 기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 연설과 남북 관계 악재 우려 등 정치적 이유로 고 이대준 씨 피격 사망 사실 은폐와 ‘월북 몰이’를 지시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국가정보원과 군에 이 씨 관련 ‘보안 유지’를 지시한 것은 결국 진상 은폐와 첩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임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수사 필요성 때문에 삭제 지시 혐의는 추가 기소하지 않았다. 아울러 서 전 실장이 은폐와 첩보 삭제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판단해 현재로서는 문 전 대통령 조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전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공용전자기록손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원장 등에겐 이 씨 관련 첩보·보고서 50여 건을 삭제하라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 서 전 장관에겐 국방부 등에 첩보 등 5600여 건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팀은 서 전 실장이 문 전 대통령의 남북 관계 진전을 목표로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을 통한 종전선언 제안 등 정치적 목적으로 첩보 삭제 등 이 씨에 대한 월북 몰이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서 전 실장은 이 씨 피격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이 관련 첩보 등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재판 등에서 보안 유지가 첩보 삭제를 지시한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 전 실장 측은 ‘보안 유지’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사팀은 “보안 유지 지시는 이 씨 피격 소각 등의 진상을 은폐한 것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 씨가 자진 월북이 아닌 실족으로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이 씨가 바다에 빠진 시점에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고, 가족과 유대감·북한 해역 발견 당시 생존 의지를 바탕으로 자진 월북보다 실족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문 전 대통령 조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14일 이 씨 유족이 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중앙지검에 고소한 만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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