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부세종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부 고강도 에너지 절감운동에 공무원들 푸념하지만
절감 실적 점검하고 성과급 반영에 앓는 소리만….



"솔직히 너무 추워서 일에 집중이 안 됩니다. 손이 굳어서 컴퓨터 자판을 제대로 칠 수가 없어요."

지난 10월 18일부터 공공기관 난방 온도가 일괄 17도로 제한된 가운데, 최근 몇 주 간 이어진 강추위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전례 없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극복 방편으로 공공기관들이 에너지 절감 운동을 선도해야 한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 탓에 업무에 지장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불만이 알음알음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의 강도를 과거보다 대폭 높였다.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등 1019개 기관과 소속·산하기관이 대상인데 실내 평균 난방 온도가 17도로 제한되는 것은 물론 오전 9~10시, 오후 4~5시 전력 피크 시간 대 권역별 난방기 순차 운휴도 시행 중이다. 오전 9~오후 6시 근무 시간 동안 개인용 난방기 사용마저 전면 금지했다.

이 때문에 사무실 내에서도 개인용 히터나 전기방석 등은 일절 사용할 수가 없다. 내복에 외투까지 껴입고 일하거나 무릎 담요, 핫팩 등으로 얼어붙은 무릎과 손을 녹여야 하는 형편이다. 한 공공기관 차장은 "털모자 달린 패딩을 입은 채 사무실 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다"며 "그래야 그나마 추위를 조금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실장은 "직원들은 모여 있어 서로 온기라도 느끼는데 간부들은 사무실이 따로 떨어져 있어 더 춥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한다고 온도 낮추다가 내복, 핫팩, 무릎담요 구입 비용이 더 들어가겠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맹추위와 싸우느라 업무 효율은 뚝 떨어지고 직원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지만 올 겨우내 이 같은 풍경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눈에 불을 켜고 에너지 절감 실적을 점검하며 다니고 있어 대충 넘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점검 실적이 성과급에 연계되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인 데다 조치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까지 물 수 있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사용 제한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직 사회의 에너지 절감 운동은 과거 정부에서도 종종 이뤄졌다. 당시에도 에너지 절감 운동을 주도하던 청와대 고위급 인사조차 오전 회의를 주재하며 "추워서 머리가 굳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박수진 기자
박수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