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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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치료 중요한데, 골밀도 -2.5 넘으면 급여중단
상당수 환자, 급여 제외되면 골다공증 치료 그만둬
골다공증 골절 등 위험…발생시 사회적 비용 막대
학계 "골밀도 넘어도 최소 3년 간 약물치료 필요"



# 지난해 가을 골다공증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받아온 63세 황모 씨는 지난달 골밀도 검사에서 골밀도(T-Score)가 -2.4로 작년보다 개선됐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일 뿐, 그동안 열심히 약물치료한 덕에 골밀도가 향상됐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사제의 보험급여 혜택은 더이상 받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혼란스러운 황 씨는 골다공증 완치 여부를 물었지만, 현재 골밀도 수준이 정상 수준은 아니며 골밀도를 충분히 상승시키려면 여전히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이는 현행 골다공증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이 골밀도 값이 -2.5 이하인 경우만 적용되는 탓이다. 약물치료 시작 후 골밀도 값이 -2.5를 초과하면 급여가 즉시 중단된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하지 않으면 쉽게 골절될 수 있는데다, 낙상 사고가 많은 겨울철을 맞아 빙판길에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치명적인 골절로 삶의 질 악화는 물론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탓이다. 병원은 지속적인 치료를 권유하고 있지만 황 씨는 비보험 치료비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 발간한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41조 원을 넘어 전체 진료비의 44%에 달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시대에 따라 노인 진료비는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노인 질환이 악화해 더 큰 비용이 발생하기 전에 초기에 관리하는 예방적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노인 질환 중에서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고령 인구의 골절 위험을 높이는 골다공증의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골절 위험성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인 대표 노인성 질환이다.

■ ‘골다공증 골절’, 막대한 사회적 비용 초래

골밀도가 낮은 노인은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된다. 골절로 입원한 노인은 극심한 통증으로 움직임이 극히 제한된다. 골절 후 통증으로 장기간 침상 생활을 보내게 되면, 스스로 보행이 곤란하고 몸을 움직이는 능력조차 감소하므로 욕창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한 많은 골절 환자는 고령에다 심장 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 내과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으로 수술 방법의 선택 자체도 쉽지 않고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 특히 고관절 골절의 경우 환자가 골절 후 1년 이내에 사망할 위험이 최대 36%에 달한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증가하면 고령사회인 한국의 의료비용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척추, 손목 골절 등으로 인한 치료비용을 합산하면 연간 1조5000억 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골다공증 골절은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심각한 장애도 남길 수 있다. 혼자서 거동할 수 없어지면 부양하는 가족들의 간병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미래에 공적 의료보장의 행정적, 재정적 비효율성을 일으키면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골절 막으려면 지속적인 약물치료 필수적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지속치료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최선의 치료다. 골다공증 지속치료 시, 골다공증으로 골절된 환자의 수술, 치료, 간병, 수술 후 재활 등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특히 50~80세 인구에서는 골다공증 고관절 골절 1건 발생 시,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장애 발생 및 건강 관련 조기 퇴직 등으로 인한 정부의 연금 지출이 평균 7000만 원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골다공증 골절은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서 예방할 수 있다. 다양한 약제 치료제가 있으며, 데노수맙 계열 치료제의 경우 6개월에 1회만 투여하면 되는 등 편리성도 높아졌다.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고 뼈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함께, 균형 있는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의 노력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골다공증학회는 ▲적절한 칼슘과 비타민D 영양상태 유지 ▲매일 규칙적인 운동 ▲신체 활동량 유지 ▲흡연과 음주 삼가 등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적절한 칼슘과 비타민 D 섭취는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골다공증 치료제의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골다공증 지속치료 한계 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뒷받침돼야

골다공증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게 대한골다공증학회 등 전문가 주장이다. 보험급여 체계상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골다공증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매우 한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행 골다공증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은 투여 기간을 제한해 치료 시작 후에도 골밀도 값이 -2.5 이하인 경우만 급여가 유지되며, 약물치료 시작 후 골밀도 값이 -2.5를 초과하면 급여가 즉시 중단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약제들의 경우 최초 진단은 환자 상태 변화와 관계없이 계속 유지되며, 특정 기간을 기준으로 약제 급여를 중단하는 케이스는 없다. 골다공증 지속치료 투여 기간에 제한점을 두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 학회 설명이다.

대한골다공증학회 학술위원장인 최한석 동국대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악화해 골절이란 악재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 효율화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치료에서 약물 투여 중 골밀도 값 변화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보장해 골밀도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적인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골밀도 값이 -2.5 보다 높아져도 최소한 3년 간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용권 기자
이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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