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수원, 설계수명 만료 앞둔 원전 ‘계속운전’ 추진
선진국보다 엄격한 안전기준
충족땐 설정기간 끝나도 운전
한국, 에너지 자급률 33% 수준
저렴한 에너지 확보위해 필수
원전 10기 수출 계획도 ‘착착’
한파와 에너지 위기 속 원전의 구원 투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고리 2·3·4호기의 계속운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처럼 원전 활용을 극대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10기 수출 공약 실현을 위해 해외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2일 “올해도 안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면서 계속운전과 원전 수출 등 당면한 과제 해결에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계속운전 안전성 입증돼 =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9월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이 신청되는 등 2030년까지 총 10기의 원전이 계속운전 신청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설계수명이 끝나는 이들 원전 10기를 계속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계수명은 원전을 설계할 때 설정한 기간이다.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 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한다. 설계수명이 만료됐더라도 원전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만족할 경우, 설계수명 이후에도 계속해서 운전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계속운전이다.
계속운전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기술이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같은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계속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242기의 원전 중 93%인 224기의 원전이 계속운전을 했거나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곳 가운데 에너지 자급률이 33%로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성을 바탕으로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10년간의 1kWh당 평균 정산단가를 보면 원자력이 56.1원으로 LNG(128.7원)의 절반 수준이다. LNG 발전을 계속운전 대상인 10기의 원전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42조500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지난해 상반기 LNG 정산단가는 213.7원이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LNG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서도 의미가 크다.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인 IPCC가 에너지원별로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은 1kWh당 12g으로 풍력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계속운전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해외 원전 대부분의 경우, 계속운전 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만 적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PSR에 미국 운영허가갱신기준인 주요기기수명평가(LER),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R)까지 추가해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운영하는 과정 중에도 계속해서 설비들을 교체하며 안전성을 보완하고 있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원자로 헤드 교체 등 76건에 대해 약 2000억 원을 투자했고 계속운전 추진과정에서 추가로 약 17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한수원, 해외사업도 가속화 = 체코와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한수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다. 체코는 2035년부터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원전의 대체를 위해 두코바니 지역에 사업비 8조 원 규모로 1200㎿ 이하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수원은 미국, 프랑스와 함께 이번 입찰전에 참여 중이다. 최대 3기의 추가 신규원전 건설도 검토하고 있어 신규원전을 수주할 경우, 후속 신규원전 사업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은 체코 신규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참여를 위해 다양한 수주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체코 총리, 산업부 장관 등 주요 의사결정권자를 만나 우리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국내 및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의 성공적 사례를 적극 설명해 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등 경쟁사 대비 우수한 가격경쟁력, 주어진 예산과 공기 내에 준공한 UAE 사업을 통해 증명된 사업역량,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수주활동 등을 통해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폴란드 정부(국유재산부)의 지원하에 추진 중인 민간주도 퐁트누프 신규원전 건설사업 협력의향서(LOI)를 폴란드 민간 발전사인 ZE PAK 및 폴란드 전력공사 PGE와 체결했다. 현재 부지 타당성, 재원조달 방안 등을 포함한 신규원전사업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후 기본계획을 기반으로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또 네덜란드,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국가 맞춤형 패키지(방산·배터리 등) 발굴 및 제안으로 수주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