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화 당선소감
늦은 오후, 당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통화를 하는 중에도 믿기지 않는 마음과 감사함에 우왕좌왕했습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실감이 나면서, 귀한 상임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덜컥 당선된 것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이 마음을 감사함으로 채우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자고 다독였습니다.
‘……그건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일일 뿐, 고양이의 눈은 하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 어느 작품에서 치열하고 구차하게 살지만, 고결함을 기억하려는 고양이가 한 말을 메모해 뒀습니다. 그 고양이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습니다. 고민해 완성된 문장 하나, 이야기 하나가 주는 충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젊지 않은 나이에 왜, 어떻게 글을 쓰게 됐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생각의 끝과 가슴 안쪽에는 늘 친정엄마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외국에 나가신 아버지와 친척들한테 편지를 많이 썼습니다.
귀찮아하는 저를 붙들어 앉히고 엄마는 전할 말을 받아쓰게 했습니다. 불러주는 말을 글로 쓰고도 여백이 많은 편지지에 어떤 내용을 채울지 고민했습니다. 조금 색다른 안부 말과 이야기를 쓰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상과 자연, 마음을 묘사할 단어들을 찾았습니다.
책이 귀하던 때, 처음으로 엄마가 사준 것이 세계 문학 전집이었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제 문학의 시작은 그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일찍 하늘로 가신 부모님께 당선 소식이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묵묵히 응원해준 남편과 유진, 유리 두 딸에게 당선 소식을 전합니다.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을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동리목월문학관의 이채형 교수님 감사합니다. 멀리 이사 온 후에도 ‘글은 쓰고 있소?’ ‘글 열심히 쓰시오’라고 주신 문자에 올해에야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친구인 박혜원 작가에게 소식을 전합니다. 마음은 가까운데, 문학적으로는 높고 멀었던 벗과 조금쯤 가까워진 것이 기쁩니다. 더 노력해서 나란히 걷고 싶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 외에도 일상의 시간을 쪼개 글을 쓰고 있을 문우들과 지인들에게 저의 행운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특별한 선물을 주신 문화일보와 심사하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글을 써도 된다는, 계속 글을 쓰라는 뜻으로 알고 노력하겠습니다.
△노금화
1968년 서울 출생. 교육학을 전공하고 독서와 논술 수업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창작아카데미에서 소설과 동화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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