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화 심사평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자라나지만 그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도 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가족과 떨어지게 되면 어린이는 상당한 흔들림을 겪지만 남은 사람들, 새로운 가족과 함께 안정을 찾고 마음을 회복한다.
이번 신춘문예에는 가족의 만남, 결별, 재구성을 담은 작품들이 다수 응모된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상처만을 강조하거나 가족 형태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작품들도 있어서 아쉬웠다. 여러 작품 중에서 주목했던 작품은 다음과 같다.
‘나를 길들여 놓고선’은 마을로 내려온 멧돼지의 시점에서 야생동물이 인간과 함께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이야기다. 마당에서 고구마를 훔쳐 먹던 어린 멧돼지를 발견한 현우는 ‘인절미’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그와 가족이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야생의 삶을 왜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현우가 멧돼지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둘이 쌓아온 관계가 급격하게 희미해져 버리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곰을 만나면’은 교실을 삼엄하게 운영하는 선생님과 대결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생각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어린이들의 진지하고 거침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스로 어른의 행위에서 타당한 부분과 부당한 부분을 발견해낸다. 다만 그 갈등과 탐색이 대화의 연속으로 진행되고 그 때문에 역동적인 전환점조차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디노와 덩이 돌보기’는 아직 잘 일어서지 못하는 갓 태어난 송아지 덩이를 돌보면서 5학년 준호와 6학년 디노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간단한 구성 같지만 작품 안에 우리 공동체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켜켜이 담겨 있다. 이주 배경을 지닌 디노와 준호의 우정, 가족의 결별과 슬픔,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축사에 폭우가 내리고 엄마의 발길질에 골절상을 입은 송아지는 주저앉아 뭘 먹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이렇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한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끼리 의지하고 서로 힘을 북돋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 짧은 이야기는 보여준다. 송아지와 어린이가 등장하는 여러 고전들의 변주곡처럼 잔잔하면서도 심지가 깊은 이야기다. 감정을 절제한 문장이 두 어린이의 성장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투고하신 여러분께는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오늘의 어린이가 놓인 삶의 국면을 더욱 다양하게 담은 동화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지은·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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