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을 읽고 있는 김형중 평론가.  김호웅 기자
응모작을 읽고 있는 김형중 평론가. 김호웅 기자


■ 문학평론 심사평

시나 소설 응모자 수에 비할 때, 올해 문화일보 문학평론 분야 응모자 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고된 열일곱 편의 비평문을 검토하면서 놀랐던 것은 두어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독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수준이 고르다는 점이었다.

심사를 맡은 선배 평론가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열일곱 편 중 함량 미달의 두 편을 제외한 열다섯 편을 정독했다. 그중 최종적으로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채 다시 읽어야 했던 글은 세 편이었다.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 - 안태운론’ ‘파편들의 연대, 차세대 필멸자들의 상생법 - 송승언론’ 그리고 ‘폐기되는 젊음과 인간-물질의 사유법 - 서이제론’이 그 글들이다.

신인의 비평문들을 읽을 때 우열을 가리는 기준은 대체로 세 가지다. 비평 대상이 적절한가? 그가 한국 문학장의 맥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다. 비평적 장치 혹은 도구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그가 앞으로도 훌륭한 글들을 생산해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부가 되어 있는가를 판별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지배적인 담론을 거슬러 읽으려는 비판적 의지가 충분한가? 왜냐하면 그가 앞으로 한국 문학장에 보탬이 될 새로운 담론을 산출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다.

‘폐기되는 젊음과 인간-물질의 사유법’의 경우 좋은 문장과 적절한 대상 선택에도 불구하고,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해석하는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글 한 편만으로는 글쓴이의 시야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파편들의 연대, 차세대 필멸자들의 상생법’의 경우도 이와 유사했다. 송승언의 시 세계를 ‘죽음 이후에 대한 끈질긴 사유의 과정’으로 읽어내는 독법의 꼼꼼함이 돋보였으나, 결국 블랑쇼와 낭시의 공동체론에 기대는 결말은 별로 새롭지 못했다.

결국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 - 안태운론’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실은 처음 읽을 때부터 어느 정도 결정된 선택이기도 했다. 이 글은 ‘비인간동물과의 종차를 넘어서는 연대’라는 한국 문학장의 최근 화두를 안태운 시인의 두 시집을 통해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글이다. 그러나 이 화두와 관련해 오독을 누적하고 있는 현재 비평장의 ‘낭만적 낙관’을 결에 거슬러 읽음으로써, 되레 종차를 넘어서는 비인간과의 연대라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지를 역설하는 글이다. 비평 대상과 장치의 적절성, 그리고 생산된 결과물의 새로움에서 이 글을 능가하는 비평문을 최소한 올해의 투고작 중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한다.

심사위원 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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