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학평론 당선소감
당선 소식을 듣고 학부 시절 보냈던 겨울방학들이 생각났습니다. 겨울방학이면 저는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린 채 그해 모아둔 문예지들에서 시가 수록된 페이지들만을 골라 읽어보곤 했습니다. 이 연례행사가 끝난 것은 ‘아, 나는 평론가가 될 수 없겠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시를 오래 보아야지만 읽을 수 있던 저는 동시대 시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척 절망했습니다. 문학 연구자로 살기로 했던 것은 시를 천천히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논문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미 있는 말이라면 느리게라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미안함보다 좋아하는 시들에 제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는 열망이 커질 무렵 글을 내보았습니다.
소박한 저의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김형중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산양’의 ‘그’가 그러했듯 버스 밖의 저를 안으로 데려가 기사의 자리에 앉혀 놓으셨어요. 서툴더라도, 구부러진 산길에서 길을 잃지 않겠습니다. 저를 호렌스타인으로 살게 해준 ‘바람의 연구자’ 선생님들, 세 분의 다정함이 저를 글 쓰게 했습니다.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해준 달래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항상 용기를 주는 은영이, 오랜 친구 수민이,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육감’ 친구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느린 제자를 묵묵히 바라봐 주시는 이남호 선생님, 매번 애정 어린 그림편지를 보내주시는 윤석달 선생님, 사랑으로 저를 품어주시는 서재원 선생님, 아무것도 없는 저를 믿어주시는 장옥관 선생님의 응원이 늘 힘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저의 등단을 기뻐하실 저의 높은 산 아버지, 시간을 기워 쓸 수 있게 당신의 시간을 선뜻 내어주신 어머니, 두 분에게만은 마음껏 응석을 부리겠습니다. 할머니와 라희를 비롯한 다른 가족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남편과 딸 나연이에게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다정함을 잃지 않고 성실히 쓰겠습니다.
△송현지
1984년 대구 출생.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한국어문교육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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