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글씨체인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윤석열 대통령 신년 연하장. 칠곡군청 제공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글씨체인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윤석열 대통령 신년 연하장. 칠곡군청 제공


한컴·MS오피스 탑재, 한글박물관 유물로 영구보존
칠곡군,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 나서


칠곡=박천학 기자



뒤늦게 성인 문해 교육으로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만든‘칠곡할매글꼴’이 윤석열 대통령 연하장에 등장했다. 칠곡할매글꼴은 한컴오피스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MS워드, 파워포인트 정식 글씨체 등록에 이어 대통령 연하장 글씨체로 사용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2일 칠곡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아 국가와 사회발전에 헌신한 각계 원로, 주요 인사, 국가유공자 등에게 신년 연하장 카드를 발송했다. 연하장에는 ‘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 교실에서 글씨를 배우신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되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년 전 검찰총장 신분일 때도 자신의 SNS에서 칠곡할매글꼴을 사용했다. 그는 “칠곡군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의 사연을 듣고 SNS에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손글씨가 문화유산이 된 것과 한글의 소중함을 함께 기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대형 글판이 내걸리고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프로그램에는 칠곡할매글꼴이 정식 탑재됐다. 국내 최초 한글 전용 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했다. 해병대교육훈련단이 위치한 포항시 오천읍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입대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을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담아 유물로 영구 보존했고 국민의힘 정희용(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은 이 글꼴로 의정보고서를 만들었다.

추유을체의 주인공 추유을 할머니가 ‘칠곡할매글꼴’로 연하장을 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칠곡군청 제공
추유을체의 주인공 추유을 할머니가 ‘칠곡할매글꼴’로 연하장을 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칠곡군청 제공


칠곡할매글꼴은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처음 한글을 배우고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를 보존하기 위해 2020년 12월 만들었다. 당시 군은 성인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할머니들의 글씨 400개 중 5종을 뽑았다. 이때 선정된 분이 김영분(77)·권안자(79)·이원순(86)·이종희(81)·추유을(89) 할머니다. 할머니들은 글꼴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각각 2000장에 이르는 종이에 손수 글씨를 써가며 연습했다. 군은 할머니들이 작성한 종이 1만여 장을 모아 글꼴을 만드는 업체에 맡겼고 그 결과 칠곡할매글꼴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할매글꼴은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새 역사를 쓴 것”이라며 “이 글꼴을 활용해 문화관광자원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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