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선종(1927~2022)
尹대통령 “신념 깊어 존경받아”
정순택 대주교 “생명가치 수호”
국내 성당 분향소,조문 발길
7일 명동대성당서 추모미사
“베네딕토 명예 교황이 전 인류에 끊임없는 평화와 선의를 강조했던 것을 기억합니다.”(영국 찰스 3세 국왕) “신앙과 교리에 따라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했습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해 12월 31일 95세로 선종(善終)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대한 추모 물결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가톨릭계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정상들이 일제히 추도문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였던 그분의 신앙과 학문, 인품과 신념의 깊이는 천주교인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유였다”고 애도했다.
지난 2005년 교황에 즉위했던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의 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명예 교황’으로 바티칸시국의 수도원에 머물며 연구·저술 활동을 하다가 타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1일 명동대성당 미사를 통해 “교황님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큰 관심을 두셨다”며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고자 힘쓰셨다”고 추모했다. 베네딕토 16세는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으나 고 김수환 추기경이 독일 뮌스터대에서 학생 신부로 유학할 당시 교수로 김 추기경을 가르친 인연이 있다. 2006년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당시 베네딕토 16세는 정 추기경이 배아줄기 세포가 인간의 생명 윤리에 어긋난다며 대안으로 다른 연구를 하자고 주창한 것에 대해 칭찬하는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묘한 갈등 관계였으나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 실화는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으로 제작됐고, 동명의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바티칸이 공개한 베네딕토 16세의 유언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교황 재임 때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 이 유언에서 그는 신자들에게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 자신을 혼란에 빠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5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장례 미사를 거행한다. 명예 교황의 장례를 현 교황이 집전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 명동대성당을 비롯한 국내 성당들도 분향소를 마련, 사제들과 함께 일반 신도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도 2일 분향소를 차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7일 오후 4시 명동대성당에서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추모 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사랑하는 우리의 ‘명예교황’베네딕토”… 프란치스코, 새해 첫 추도미사
‘두 교황’체제로 한때 반목說
약자 위한 연민 집념은 같아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자진 사임한 이후 ‘명예 교황’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만들어진 사상 초유의 ‘두 교황’ 체제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반목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약자를 위한 연민과 평화를 향한 집념은 모두가 같았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신년 미사 강론에서 “사랑하는 우리의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하느님에게 가는 길에 동행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진행된 주일 삼종 기도에선 “복음과 교회의 충실한 종(베네딕토 16세)을 선물해준 하느님에게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감사하자”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전날 바티칸 한 수도원에서 95세로 선종했다. 2013년 2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가톨릭 교회 역사상 598년 만에 ‘생존 중 퇴위’를 선택한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미묘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물러난 뒤에도 자신을 ‘명예 교황’으로 부르며 교황의 전통 흰색 수단을 계속 착용했고, 사제 성추행 처리 문제와 기혼 남성 사제 서품 허용 등 현안에서 시각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통 보수 가톨릭을 상징하는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와 개혁의 아이콘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지향점도 달랐다.
하지만 약자 보호와 전 세계의 평화, 겸허함을 향한 ‘두 교황’의 마음은 같았다. 베네딕토 16세는 2006년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내가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며 간소한 장례 미사를 부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