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갈매기’의 장면들. 배우를 꿈꿨던 젊은이 니나(왼쪽 사진의 왼쪽, 배우 진지희)는 유명 작가 뜨리고린(〃 오른쪽, 배우 권해성)에게 버림받고 망가진다.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 ‘갈매기’의 장면들. 배우를 꿈꿨던 젊은이 니나(왼쪽 사진의 왼쪽, 배우 진지희)는 유명 작가 뜨리고린(〃 오른쪽, 배우 권해성)에게 버림받고 망가진다.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 파워인터뷰 - 연극 ‘갈매기’는

인터미션 없이 130분 러닝타임
우울한 이야기에도 지루함 없어
소박한 무대 배우명연기 돋보여


너무 낡지도, 너무 새로워 어색하지도 않다. 이순재의 연출 도전작 ‘갈매기’는 균형을 지키는 연출로 ‘고전은 영원하다’는 명제를 입증해낸다.

극은 꿈에 찬 두 젊은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새로이 선보이려는 뜨레블례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합작품. 그러나 여기에 철퇴를 내린 것은 유명 배우이자 뜨레블례프의 어머니인 아르까지나와 유명 작가 뜨리고린이다. 공개적인 모욕을 당한 뜨레블례프는 총으로 쏴 죽인 갈매기를 니나에게 갖다준다. 자신이 곧 그렇게 될 거라면서.

연극 ‘갈매기’는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가 쓴 희곡으로 1896년 초연됐다. 127년 전의 작품이지만 낡았다는 인상은 없다. 이야기의 배경은 제정러시아 말기로, 그 시대에 맞게 유명 배우이자 저택의 주인인 아르까지나와 영지 관리인 샤므라예프 간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하지만 차분한 연출에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우울한 이야기가 2시간 1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계속되지만 지루한 순간은 전무하다. 샤므라예프(배우 강성진·이계구)의 아내이나 의사 도른(배우 김수로·이윤건)을 사랑하는 뽈리나(배우 이경실·고수희)와 도른 간의 밀고 당기기, 샤므라예프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우울한 극의 분위기를 중간중간 환기시킨다. 이순재는 원작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작품은 고전적이다. 과한 설정 변화로 어색함을 느끼게 하는 모험은 걸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2023년 한국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기성세대와 젊은이 간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이순재의 전략은 유효한 셈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연출이다. 무대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 빈 공간을 채우며 작품이 가진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해낸다.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이항나와 소유진, 뜨리고린 역의 오만석·권해성과 뜨레블례프 역의 정동화·권화운, 니나 역의 진지희·김서안 등 신구 조화를 맞춘 캐스팅도 조화롭다. 이순재와 주호성이 아르까지나의 오빠이자 대지주인 쏘린 역을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2월 5일까지.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관련기사

박세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