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중국 해외경찰서 논란 일파만파
세계 공자학원, 비밀 첩보활동 의혹 일자 100여곳 폐쇄
중국 산업스파이·타국 선거관여 혐의 수사 4년새 7배 폭증
스페인 비정부기구 “중국 해외경찰, 반체제인사 2만명 송환”
전문가 “명백한 국제협약 위반”… 중국 외교부는 의혹 부인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김선영 기자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각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해왔다. 소위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의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을 이처럼 단칼에 부정했다. 하지만 스페인 비정부기구의 보고서 공개로 시작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중식당 1곳이 비밀경찰서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중국의 무리한 비공식 첩보 활동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의 일부 지방 공안이 해외에서 사실상 경찰 업무를 했다고 ‘자인’하는 홍보를 한 적이 있는 데다, 해외 주둔 중국 외교관 및 기업가들의 사실상 비합법적 스파이 활동이 적발된 사례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22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국 교육부 소속 홍보기관인 공자학원(孔子學院), 더 나아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사실상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틱톡과 화웨이(華爲) 등마저도 의심 대상에 오르고 있다.
◇中도 일부 인정한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보고서 발표 이후 일파만파 =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논란의 시작은 2021년 2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시 공안국이 홈페이지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업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면서 운전면허증 연장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는 홍보성 게시물을 올린 것. 하지만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공관이 설립된 이외의 다른 장소에 공관의 일부를 구성하는 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중국 측은 “운전면허 갱신 등을 맡았을 뿐이며 각국의 주권 침해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상대국 동의 없이 영사관을 세운 격이어서 명백한 협약 위반이다. 이후 네덜란드 RTA 방송이 지난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네덜란드 당국도 해당 기관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지난해 9월 스페인 비정부기구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이 21개국에서 54곳 이상의 해외경찰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하면서부터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리수이 공안국을 비롯해 저장성 원저우(溫州), 장쑤(江蘇)성 난퉁(南通),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 공안국이 권역을 나눠 전 세계 각국에서 ‘경찰화교사무서비스센터(警僑事務服務站)’란 명칭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 추가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48곳도 포함됐다. 이들 해외 경찰서는 반정부 활동가들의 중국 송환 및 범죄자 체포 활동도 하고 있으며, 15개월 동안 해외 주재 중국인 23만 명 이상에게 귀국을 종용했다는 게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 중 2만 명이 중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각국의 경찰권을 침해한 것으로, 사실상 주권 침해 및 내정 간섭으로 볼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을 포함해 각국이 조사에 착수한 이유다.
◇공자학원도 의혹 대상… 외교관·기업가들의 첩보 활동 역시 도를 넘었다 =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비밀경찰서 의혹을 계기로 중국의 무차별적 첩보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의혹 대상은 중국 교육부 산하로 해외 각국에 설립돼 있는 공자학원이다. 중국 문화 및 중국어 보급기관인 공자학원은 2020년 말 현재 160여개 국, 54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도 2004년 서울 강남 1호점을 시작으로 총 23곳이 개설돼 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이 공자학원이 현지 유학생 등을 단속·감시하고, 고급 학술 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첩보기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사상 선전 및 스파이 활동 혐의로 공자학원을 수사했으며, 미 국무부는 2020년 공자학원 설립을 추진하는 기관·대학에 인적 구성과 예산 사용내역 보고를 의무화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최근 “공자학원 30곳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100곳이 넘는 공자학원이 비슷한 혐의로 폐쇄됐다.
중국 외교관과 기업가들의 산업 스파이 활동은 공공연하기까지 하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펼치던 홍콩 남성을 폭행한 중국 외교관 6명이 본국으로 소환될 정도로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초엔 영국 주재 중국 언론인들이 위장 취업해 스파이 행위를 한 혐의로 추방됐고,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직원들이 미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정보기술(IT) 기업 활용, 주재국 선거 개입까지 中의 무차별적 첩보 활동 = 중국의 IT와 SNS를 활용한 스파이 활동도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는 최근 중국 정부와 협조해 스파이 행위를 도운 혐의로 미국 및 유럽국가에서 보이콧 제재를 받고 있으며,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역시 스파이 활동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단순한 산업 스파이 활동을 넘어, 주재국 선거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과 영국 첩보기관 MI5의 켄 매컬럼 국장은 지난해 7월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최근 선거를 포함한 미국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MI5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조사 건수가 2018년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이 중대한 국제협약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통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론몰이에 앞서 명확한 사실관계 입증이 우선돼야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 중국 전문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없이 막연하게 결론짓거나 국민 여론에 따라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보복에 보복이 잇따르는 악순환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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