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시위도구 창고로 쓰여
구청“모두 허가 받지않은 시설”
민주노총 등의 농성 천막·텐트가 서울 주요 인도 곳곳을 장기간 장악하고 있지만 단속과 철거 업무를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 명동대로 앞 인도에 설치된 이 텐트들은 구청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 시설물에 해당한다. 불법 시설물이 도심 인도를 점령해 ‘캠핑장’화하면서 시민 불편이 잇따르고 있지만 구청과 경찰은 노조 눈치를 보며 철거 등 행정집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
4일 오전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의 120m가량 인도(국회의사당 6번 출구∼국회의사당 1문)에는 노조 등 각종 단체가 친 불법 천막·텐트 15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중 절반가량은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이 친 시설물이다. 국회의사당 6번 출구 앞에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가 지난해 11월 설치한 16㎡(약 4.84평) 크기의 천막 2개가 있었다. 5m 거리를 두고 바로 옆에도 금속노조 캠핑용 텐트가 있다. 3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확인한 결과, 15곳 중 1곳에만 사람이 있었고 다른 천막 대부분은 집회·시위 도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비닐로 출입구를 감싸거나, 자물쇠로 입구를 잠근 천막도 많았다. 여의도 직장인 손모(39) 씨는 “여기가 인도인지, 글램핑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도 민주노총 산하 세종호텔서비스지부가 설치한 대형 천막이 1년 넘게 인도 절반을 가로막고 있다. 32㎡(9.68평)가량 크기의 이 천막은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도로법 61조(도로의 점용 허가)에 따르면, 인도 위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등포구와 중구청 관계자는 “모두 허가받지 않은 불법 천막”이라고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도 위 시위 천막을 철거하지 않고 봐주던 게 이제는 관습화돼 버린 것”이라며 “법과 원칙이 사라진 실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보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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