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전국 800여건 수사

고소·고발 400여건 추가 조사
지역별 투기꾼-중개업자 연계
소그룹 단위로 ‘기능적 교집합’

악성사건만 3630건 7584억원
피해 규모 2배이상 늘어날수도


경찰이 ‘깡통 주택’을 매입해 전셋값을 챙기는 ‘빌라왕’ 사기 사례가 전국 각지에서 동시 다발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문재인 정부 정책 부작용에 따른 부동산 급등으로 발생한 ‘전세대란’ 당시 서민들의 전세수요가 저렴한 빌라로 집중돼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한 사건 실체 규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빌라왕’ 동일 세력 배후설보다 지역별 소규모 투기 세력이 거의 같은 수법을 동원한 ‘기능적 교집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대국민 전세 사기극 진상 규명을 위해 전방위 계좌 추적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7월 25일부터 12월 25일까지 5개월간 전국의 전세 사기 381건에 대해 856명을 검거하고 8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현재 전국 400여 건의 전세 사기를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전국 지방경찰청의 전문 수사 인력을 동원, 총 800건가량의 사기 케이스를 분석 중인 것이다. 경찰 수사 상황에 따라, 전세 사기 피해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우선 빌라왕 사기의 공통된 배후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누군가 위에서 각 지역의 빌라왕들(임대업자들)을 조종했다는 개념보다는 (각 사기 건마다) 일부 컨설팅 업체를 겹쳐서 쓰는 등 ‘기능적 교집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컨설팅업체, 분양대행업체, 건축주가 각자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공범이 되기도 하는 등 나름의 이합집산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 빌라 413채를 소유하면서 임차인 118명에게 전세보증금 312억 원을 빼돌린 임대사업자 이모(31·구속) 씨와 ‘원조 빌라왕’ 김모 씨가 서울 지역의 한 빌라를 나눠 산 정황을 포착하긴 했지만, 이 씨와 김 씨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먹잇감이 되는 빌라가 비슷하다 보니 두 사람의 범행이 한 곳에서 겹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경찰은 특히 자금 흐름이나 보고 내용이 한 꼭짓점으로 모이는 ‘보스’ 같은 존재는 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흐름이 굉장히 많이 오고 가는 것을 분석했지만 어느 곳으로 일원화되는 양상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빌라왕들이 일부 거래에서 바지사장으로 동원됐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일단 각각의 범죄사실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원조 빌라왕 김모 씨 수사처럼 ‘강서·인천 빌라왕’ 각각의 공범 등 범죄사실부터 밝히겠다는 것이다.

임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전세 사기극이 전국에서 빈발하는 것은 2020년 도입된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주택 사업 축소 등 문재인 정부 주택 정책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임대차 3법 등 각종 정책의 부작용으로 2020년과 2021년 전세대란이 벌어지면서 전세 보증금만으로 빌라를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으로 오히려 돈을 받고 집을 사는 ‘플피(플러스 프리미엄) 투자’가 극성을 부렸다는 것이다.

송유근·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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