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온라인 등서 지역별 결집
정부대책 촉구 단체행동 준비도


“집주인이 잠수를 타길래 이리저리 알아봐서 (의사표시를 위한) 공시 송달까지 마쳤어요. 그랬더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자기가 집주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름이 뭔데요?’라고 되물으니 아무 말도 안 하고 끊어요. 지난달 대출 금리도 4.3%에서 6.03%로 올랐는데, 전세금을 못 돌려받을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가 피 말립니다.”

전세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온라인에선 지역·피의자별로 피해자 모임이 결성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단체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임차인에게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 공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해줄 것과 주택 매입 사전심의 강화, 피해자 전세자금 대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5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를 검색해보니, ‘김○○, 박○○ 전세 사기 피해자 모임’ ‘인천 남구 도화동 ○○아파트 피해자 모임’ ‘정○○ 피해자 방’ 등 수십 개의 피해자 모임이 나왔다. 네이버 카페에서도 ‘3400채 전세 사기 권모 씨 대책위원회’는 가입자 수가 700명을 넘어서고 ‘김○○ 전세 임차인 모임’은 670명이 넘는 등 피해자들의 결집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명 ‘빌라왕’ 김모 씨의 피해자들이 만든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의 대표 배소현 씨는 “우리 모임은 현재 600명 정도”라며 “송○○, 정○○ 등 피해자들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마다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A 씨는 최근 자신이 전세로 살던 집이 신문을 통해서만 보던 전세 사기에 해당할 뿐 아니라 근린생활시설을 불법 개조한 주택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계약할 당시 “전세자금 대출 나오는 것 보면 모르겠느냐. 괜찮다”는 말에 안심한 게 문제였다. 이 탓에 A 씨는 보증금은커녕, 불법 사용에 대한 벌금(이행강제금)까지 내야 할 판이다. 등록임대사업자였던 피해자가 임대인 보증보험을 전세보증금 전액이 아닌 일부만 보증되는 상품으로 가입한 사례도 있다. 배소현 씨는 “임대사업자 피해자 중엔 23세도 있다”며 “사회초년생인데 풍파를 맞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오는 10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현 제도에서 최대한 피해 구제를 하는 방법, 앞으로의 제도 개편 방향 등을 알리는 설명회를 연다. 피해자들은 △악성 경제사범에 대한 검찰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 △임차인 상대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 공지 의무화 법안 제정 △주택 매입 사전심의 강화 △피해자 전세자금 대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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