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감독·단장 전격경질 ‘후폭풍’… 선수들도 반발

김 “회사는 말 잘듣는 감독 선호
누굴 위해 선임되고 경질 되나”

김해란 “선수기용 개입 하는 것
선수들도 다 알아… 마음 상해”

이영수 감독대행도 사의 표명
실망한 팬들 홈 경기장 덜찾아


“선수 기용에 관해 이야기가 있던 게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부끄럽다.”

구단의 독단적인 결정에 결국 선수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V리그 여자부 최고 인기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감독 및 단장 경질 사태 속에서 침묵하던 선수단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흥국생명은 5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이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치른 첫 번째 경기다. 접전 끝에 승리를 추가한 흥국생명(15승 4패·승점 44)은 선두 현대건설(17승 2패·승점 48)을 바짝 추격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으는 팀이다. 흥국생명의 홈 경기 평균 관중은 4292명으로 여자부 전체 평균 관중(2373명)의 1.8배다. 1라운드와 3라운드에 한 번씩 만원 관중(5800명)을 기록했을 만큼 V리그 인기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 경기엔 3411명으로 올 시즌 11번의 홈 경기 중 세 번째로 적은 배구팬이 찾았다. 여기엔 최근 흥국생명을 둘러싼 논란에 팬들이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뒤이어 김여일 단장과도 결별했다. 흥국생명은 9개월 만에 권 감독을 경질하며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구단과 선수단의 다리 역할을 했던 김 단장의 퇴진엔 별다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배구계에선 권 감독이 물러난 이유가 구단 고위 관계자와의 갈등이며, 김 단장의 경질 역시 이에 대한 문책성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단장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로테이션 문제에서 서로 의견이 안 맞았다. 전임 단장과 감독이 선수 기용에 대해 갈등을 느낀 것은 아니고 선수단 운영에 대해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임 단장의 해명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집혔다. 경기 후 흥국생명의 간판인 히터 김연경(사진)과 리베로 김해란이 구단의 문제를 꼬집었다. 김연경은 “선수 기용에 관해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구단이 원하는 대로) 경기했다가 진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해란 역시 “(선수 기용 개입은) 선수들이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고, 나 또한 감독님께 마음이 상했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후임 감독에 대해서도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연경은 “회사는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을지”라며 “감독이 누굴 위해 선임되고 경질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편 권순찬 감독 경질 후 선수단을 이끈 이영수 감독대행도 한 경기 만에 사의를 밝혔다. 흥국생명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후임으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6일 오전 서둘러 선임했다. 김 감독은 2018∼2019시즌부터 4시즌 동안 수석코치를 맡아 현재 흥국생명 선수단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오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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