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전세계 대선·총선 일정 빼곡
20년 장기집권중인 에르도안
극심한 경제난에 지지율 하락
집권 여부 따라 지역정세 요동
마린, 사생활 논란에 발목잡혀
뉴질랜드 아던, 말실수로 구설
여성 지도자들 재선 도전 이목
아르헨 페르난데스 재선 불투명
중남미 ‘핑크 타이드’ 깨질수도
2023년은 단연 ‘선거의 해’다. 인구 2억2500만 명의 파키스탄부터, 13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주요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선거 일정만 14개라고 전했다.
물론 지난해에도 미국 중간선거, 프랑스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치러졌었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지난해 브라질 대선에서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역시 강경 우파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로부터 간신히 현직을 수성했던 것과 같은 이념적 격동은 덜할 전망이다. 대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독재체제 유지 여부, 취임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로 화제를 모았다 ‘파티 영상’ 등으로 비판을 받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재선 도전 등 ‘화제의 인물’들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전 ‘중재자’ 자처 에르도안, 장기집권 가능할까 = 오는 6월 18일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지는 튀르키예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두 번째 5년 임기 도전이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03년 내각제 당시 총리에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제로 헌법이 개정된 이후에 대통령에 당선되며 20년 장기집권 중이다.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는 중재자 역할을, 이슬람권에서는 지역 맹주를 자처하고 있어 그의 집권 여부에 따라 지역 정세도 요동칠 전망이다.
극심한 경제난에 리라화 가치와 더불어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어 에르도안 대통령의 수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년 요건을 폐지해 225만 명에게 조기 연금 지급을 가능하게 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적극 사용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정적’으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피선거권이 박탈된 것도 호재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마모을루 시장 제거를 위해 사법부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30∼40대 여성 지도자들의 ‘재선 도전’ 성공할까 = 핀란드와 뉴질랜드,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에서는 여성 지도자들이 권좌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가장 이목을 모으는 곳은 핀란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대한 국내적 호응에도 불구하고 마린 총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민주당(SDP) 지지율은 지지부진하다.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개다리춤’을 추는 영상이 유출되고, 이로 인해 마약 검사를 받는 등 사생활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2019년 34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올랐다.
총선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뉴질랜드에서도 저신다 아던 총리가 3연임을 위한 몸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37세에 총리가 된 그는 2020년 10월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고강도 봉쇄 정책을 펴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인 행동당의 데이비드 시모어 대표를 향해 혼잣말로 ‘거만한 멍청이(an arrogant prick)’라고 말했다가 핫 마이크 구설에 올랐다.
◇중남미 ‘핑크 타이드’ 계속될까 = 오는 10월 29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승리로 돌아온 두 번째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 경기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며 이에 항의하는 노동조합의 파업이 줄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땅히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최근에는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밀레이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비견되는 강경 우파 포퓰리스트다. 아르헨티나 좌파인 범페론파가 후보 물색에 실패하면, 제2의 핑크 타이드 역시 막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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