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 올 세계성장률 1.7%

美, 1970년 이후 최저 성장률
개도국 70%도 성장전망 하향

신흥국 총투자 증가율은 급감
20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쳐

수출 중심 한국경제 ‘초비상’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11일 올해 세계 경제가 최근 30년간 3번째로 낮은 1.7% 성장에 그칠 것이란 세계은행(WB) 전망이 나왔다. 고물가·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악재들이 겹겹이 쌓이며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WB 전망치는 주요 국제기구 가운데 가장 낮은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지난해 11월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2.7%(지난해 10월 11일) 성장을 예측했다.

세계 경기침체를 위협하는 경기 둔화 양상은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탓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수출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위기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수출 활로를 다변화하고, 정부에서는 수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전망도 최악이다. WB는 2022∼2024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총투자가 평균 3.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는데 지난 20년간 투자 증가율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WB는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1인당 소득 증가율에 대해선 2023∼2024년 평균 2.8%로 전망했다. 이는 2010∼2019년 평균 실적보다 1%포인트 낮다. WB는 2024년에는 신흥 경제와 개도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코로나19 전보다 약 6%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신흥 경제와 개도국은 막대한 채무 부담과 투자 위축 때문에 수년간 저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선진국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금리 인상을 마주한 상태에서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WB는 선진국 경제의 95%, 신흥 경제와 개발도상국의 거의 70% 대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낮췄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1.9%포인트 낮은 0.5%로 하향했는데 이는 1970년 이후 공식 침체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다. 미국과 함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내 20개 국가), 중국 모두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 경제의 파급 효과가 신흥 경제와 개도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더 가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투자가 크게 위축됐으며, 다수 국가에서 주택시장이 매우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B는 예측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이 정도 수준의 성장 둔화는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WB는 “3년 만에 다시 경기 침체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 위험 회피, 채무 부실화 방지, 취약계층 지원, 개도국 부채관리 등 하방리스크 관리를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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