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들이 지붕에 이불이나 보온 덮개 등을 올려놓고 외부 바람을 차단하는 등 추위를 피하고 있다.  김군찬 기자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들이 지붕에 이불이나 보온 덮개 등을 올려놓고 외부 바람을 차단하는 등 추위를 피하고 있다. 김군찬 기자


■ 추위와 외로움에 묻힌 명절

작년 수해피해 완전복구 안돼
수도관 동파로 목욕도 힘들어
“걱정할까봐 가족들 안불렀다”


“집 밖이나 안이나 온도가 똑같아요.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내기는 글렀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약 30년간 거주한 황모(59) 씨는 “올해만큼 추운 설을 보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추운 집으로 가족을 어떻게 부르겠느냐”며 19일 이같이 말했다. 황 씨는 이날 영하 3도의 추운 날씨에도 오직 집 안에 있는 전기장판에만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구룡마을 곳곳에서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주민들이 지붕과 문틈에 방한용 천막이나 매트를 올려놓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임시방편에 불과한 탓에 주민들이 집 내부에서 대화를 나눌 때마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현관문 앞이 꽁꽁 얼어서 혹시나 미끄러져 넘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끓는 물을 바닥에 뿌리는 주민도 보였다. 몇몇 주민은 겨울이면 수도가 터지기 일쑤여서 2∼3일에 한 번씩 인근 목욕탕에서 씻는 건 다반사라고 했다.

올 설 명절은 구룡마을 주민에게 어느 때보다 춥고 힘든 명절이다. 지난해 여름 강남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수해 피해 직격탄을 맞았고, 장거리 이동이 여의치 않은 고령의 주민들이 대부분이어서 가족과 함께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 있는 666가구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00가구, 차상위 계층은 53가구에 달해 추위를 피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주민도 많다.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가족들에게 보여줘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설 명절을 홀로 보내거나, 집이 아닌 장소에서 잠시 가족을 만난 뒤 헤어지기로 했다는 주민도 많았다. 구룡마을 주민 이모(80) 씨는 애써 설 명절 가족과의 만남을 피했다며 미안함을 내비쳤다. 그는 “자식들이 멀리 살기도 하고, 몸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서 굳이 명절 때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며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지난해 수해가 발생했을 때 걱정하던 모습들이 떠올라 더는 마음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구룡마을자치회 관계자는 “춥고 외로운 설 명절을 보낼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민이 많다”며 “단열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집이 대부분인데 수리비가 만만치 않으니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영·김군찬 기자 bigzero@munhwa.com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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