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어린 시절 딛고 푸틴 최측근 등극
와그너그룹 수장…분쟁지역 해결사 역할
정규군 비판해 국방장관 노린다는 분석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다. ‘푸틴 요리사’ ‘푸틴의 더러운 칼’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오랜 기간 음지에서 활동하던 프리고진이 세상에 등장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우크라이나 전장뿐 아니라 체첸과 시리아 등 분쟁 지역에서 잔혹한 작전으로 악명을 떨친 와그너그룹의 설립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그는 이후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선에서 패퇴를 거듭하는 러시아 정규군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러한 광폭 행보에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러시아의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했다”며 프리고진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절도범에서 ‘푸틴 요리사’로…파란만장 인생사 = 1961년 6월 푸틴 대통령 고향인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프리고진은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홀어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후 유대인 계부로부터 스키와 육상을 배우며 운동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20세였던 1981년 절도와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출소 후엔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나름 수완이 괜찮았던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료품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이후 ‘뉴아일랜드’라는 식당을 열었는데,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으로 단골손님이었던 푸틴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당시 프리고진이 직접 서빙을 하면서 ‘푸틴 요리사’라는 별칭이 생겼다. 푸틴 대통령은 2003년 생일 파티를 ‘뉴아일랜드’에서 여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은 프리고진은 정부 행사와 학교 급식 공급을 독점했고 재벌 반열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의 명령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행하는 그의 충심은 자신을 이끌어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보은이라는 시각이 많다.
◇잔혹함의 대명사 ‘와그너그룹’ 설립…부차 학살 주범 =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치열한 교전을 펼치던 지난해 9월 깜짝 성명을 통해 “내가 직접 낡은 무기를 닦고 방탄조끼를 분류했다”며 “2014년 5월 1일 ‘와그너 대대’로 불리게 된 애국자그룹이 태어났다”고 밝혔다. 체첸과 시리아 등 러시아가 개입한 분쟁 지역에서 무자비한 공격으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비판을 받는 와그너그룹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발언이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으로, 주로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러시아군 배후로 활동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와그너그룹은 잔혹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특히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차에서 자행된 대규모 민간인 학살 주범이 와그너그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러시아 정부는 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와그너그룹에 6개월간 복무하면 석방해주겠다는 광고를 할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리고진의 다음 목표는 국방장관? 대통령? = 프리고진은 지난 15일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동부 솔레다르를 와그너그룹이 점령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정규군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는 “우리가 내부 관료주의와 부패를 정복하면 우크라이나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물리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CNN은 “프리고진이 염두에 둔 최고 관료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프리고진은 무능한 정규군을 비웃고 자신을 진정한 애국자로 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NYT는 “프리고진이 국방장관이 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지만, 2024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출마할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이 정규군 전열을 가다듬고, 러시아 정계 엘리트 그룹을 겁주기 위해 프리고진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손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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