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때 못입었던 교복 차려입고
졸업장 받으며 “평생 기억할 것”
이철우 경북지사 일일교사 맡아
안동=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동생 뒷바라지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 했심더.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한도 푼 것 같아예.”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칠곡할매글꼴’을 만든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25일 특별수업(사진)을 했다. 40여 년 만에 일일 교사로 돌아온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여 동안 1970년대 교실을 재현한 경북도청 안민관 미래창고에서 진행한 한글 수업에 참석한 것이다.
이 글꼴은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5명의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000여 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 제작한 글씨체다. 주인공은 이종희(91)·추유을(89)·이원순(86)·권안자(79)·김영분(77) 할머니다. 이 지사는 1978년부터 7년 동안 교단에 몸담은 바 있다.
이 지사는 일제강점기와 가난 등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할머니를 위로하고 200만 명이 넘는 문해력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수업을 마련했다. 이날 강의는 할머니들의 건강과 고령 등을 고려해 ‘마지막 수업’으로 이름 붙였다. 최고령인 이종희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해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10대 시절 못 입은 교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이 지사는 수업에서 경북의 4대 정신을 설명하고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 세대 상당수 여성은 농사와 집안일로 학교 근처도 가지 못했다”며 “오늘 수업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들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곳에 마련된 ‘칠곡할매글꼴 사진전’ 해설을 맡았다. 이 글꼴은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2일 대통령실에 이들 할머니를 초청해 환담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