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실적 부진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주요 대기업 체감경기가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전망이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비상 긴축경영에 돌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재계는 투자심리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월 BSI 전망치가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인 83.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부터 11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경기 전망치가 80대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업종별로 제조업(81.4)과 비제조업(85.1) 모두 부진했다.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등 국내 3대 수출 품목이 포함된 업종(전자·통신, 석유정제·화학, 자동차·기타운송)도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째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수출 주력 업종이 5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전경련은 “주력 업종의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침체 강도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전기·가스·수도(100.0)만 기준선 이상을 기록했고, 정보통신(75.0)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황 부진 여파 등으로 전월 대비 30.9포인트 급락했다.
조사 부문별로는 자금 사정(87.9), 투자(89.0), 채산성(89.5), 내수(89.5), 수출(90.9), 고용(96.0), 재고(105.4) 등에서 모두 부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을 뜻한다. 2월 제조업 재고 BSI는 110.1로 2020년 7월(112.9)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재고 물량이 계속 증가하면 신규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를 조속히 입법화하는 한편,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경영환경 개선에 한층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