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곡물가 10% 하락 전망에도
라면·우유 등 줄줄이 가격 인상
롯데리아도 84개 품목 5% 올려
원가부담 줄어도 물류비등 높아
“식음료값 연쇄 인상 이어질 것”


글로벌 이상기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 곡물 가격이 올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 식품·주류·생수 등과 대형마트, 편의점 업계의 가격 인상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연중 지속된 식품 가격 인상이 새해에도 계속되면서 난방비 폭탄과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중산층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옥수수와 밀, 콩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라면이나 과자 등 가공식품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밀의 경우 올해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4.7% 하락한 t당 29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옥수수와 콩도 생산량 증가로 인한 수급 개선으로 같은 기간 가격이 각각 16.5%, 11.6%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원유(原乳)를 마시는 음용유와 유제품을 만드는 데 쓰는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유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구매하는 가공유 가격은 ℓ당 947원에서 800원으로 15.5% 낮아진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적지 않게 해소될 전망이지만, 원자재 값과 인건비, 물류비 상승에 따른 부담 등을 내건 제품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 비비빅, 슈퍼콘 등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일반 소매점 기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올리기로 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3월에도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한 바 있다. 웅진식품도 아침햇살, 하늘보리 등 음료 20여 종의 가격을 내달부터 평균 7% 인상한다. 이마트는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피코크’ 등 상품 2200여 개 가운데 일부 상품 가격을 10%가량 올렸고, 홈플러스도 PB ‘홈플러스 시그니처’ 우유 가격을 8.6% 인상했다. 편의점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도 PB 라면, 과자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제주삼다수는 다음 달 1일부터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롯데리아도 2일부터 버거류 14종을 포함한 84개 품목의 판매 가격을 평균 약 5.1% 올리기로 했다. 제품별 인상 가격은 평균 200~400원 수준이라고 롯데리아는 밝혔다.

정부가 오는 4월 주세를 올리기로 하면서 주류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그간 주류업체들은 주세가 오르면 이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려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서 수익성 악화가 확인되면 식품업체들은 또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확률이 높다”며 “식음료 가격 연쇄 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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