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에너지·ICT·공중보건 등 미정부, 공급망 재편 속도 낼듯 한국, 배터리·통신장비 분야 유리 다자간 협의체 참여 경제 강화를
미국이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면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전략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무역협회는 27일 ‘미국의 공급망 핵심품목 리스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 2409개의 핵심품목 리스트를 토대로 본격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핵심품목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탈(脫)중국’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도 대중 의존도 심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핵심광물 및 소재,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공중보건 등 핵심품목 리스트 4대 부문에 대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무협이 미국 상무부에 접수된 공급망 핵심품목 리스트에 대한 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미국 산업계도 정부 차원의 공급망 관리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출된 의견서 27건 중 21건이 초안 품목을 유지하거나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핵심품목의 공급망 재편 시 한국 기업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배터리, 반도체, 통신·네트워크 장비 등의 분야에 대한 참여를 검토하고 기회 요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과 호주의 경제동반자협정(JAEPA) 사례와 같은 핵심품목의 안정적 공급 관련 내용을 포함한 다자간 협의체 참여 등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입처 다변화, 현지 진출 등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강조됐다.
다만 한국은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경제 의존도가 큰 만큼 양국과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역시 ‘선별적 디커플링 전략’을 통해 첨단산업에서는 철저히 중국을 제외하면서 저부가가치를 활용하는 전통적 산업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맞춰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면서도 “양국 사이에서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