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평론가의 서재
큰무당 고 김금화 선생의 조카이자 제자로, 서해안 풍어제를 주관하는 무당 혜경궁 김혜경은 스스로의 역할을 “돌아가신 분하고 산 사람의 매개자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많이 빌어요. 절을 하고 싹싹 빌고 빌어요”라는 말로, 무당의 할 일은 온전히 기도임을 강조했다. 이유가 있다.
무당은 “남을 위해 빌어줘야” 되는 존재다. 하여 스스로의 삶은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말”을 산 사람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그래야 산 사람들이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한국의 분단 현실, 전태일 열사,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제주 4·3항쟁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대동굿판을 여는 무당” 솔무니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굿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당연히 “전쟁을 일으키고 살생을 일으키는 신”들은 만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되게 힘이 세 보이지만” 솔무니에게 그런 신들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솔무니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영적인 혁명, 의식 혁명”이라고 말한다. 애써 “민주화 항쟁의 영령을 만나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런 큰 뜻을 품었기에, 더더욱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의 자활을 돕는” 무당도 있다. “은퇴한 무당이자 은퇴한 스님”인 가피는 엄마와 함께 사회적 기업 ‘신밧드(신을 받드는 사람들)의 모험’을 운영하면서 “직업으로서의 무당”을 선택한 이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신기운을 푸는 다채로운 영성생활”을 더불어 누리도록 돕는다. 이들 외에도 함께 울어주는 무당 무무, 트랜스젠더 무당 예원당, 만물과 교감하는 무당 송윤하의 삶 그리고 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과 태도를 만날 수 있다.
편견과 무지 속에 무당들은 점차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여기에” 서 있다. 각자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는 존재로 말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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