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김다봄·이민경 옮김│아르테


오늘날 자기계발은 숭배의 대상이 됐다. ‘몸짱’을 열망하고 인플루언서에 환호한다. 그렇다고 피트니스 산업, SNS를 사이비 종교 집단과 동일 선상에 놓다니.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도발적이다. 이들 모두 유사한 언어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신의 언어’로 움직이는 컬트 집단이라는 점을 설파한다.

저자인 어맨다 몬텔의 아버지는 이상한 집단에 속한 전력이 있었고 그 역시 19세에 사이언톨로지로부터 납치당한 적이 있다.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왜 ‘멀쩡한’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고, 일상생활을 멀리한 채 특정 집단과 사람을 신봉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사이비 종교 집단부터 피라미드 다단계 회사와 피트니스 산업, 더 나아가 SNS 인플루언서를 동일 선상에 놓고 컬트 집단을 해부한 끝에 내린 결론. 이들은 모두 집단에 속한 ‘우리’와 바깥의 ‘저들’을 구분하고, 공동의 가치와 연대감을 조성하며, 두려움을 유발함으로써 의심스러운 행동을 정당화해 구성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엇보다 이들 집단은 공동체 내에서만 통용되는 특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언어는 구성원들이 같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방식이고, 특유한 언어적 방식으로 구성원은 광신도가 된다. 비판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언어적 방식은 필수다. “모든 게 신의 뜻이야”라거나 “나다운 나를 위해서야” 따위의 말들이 ‘대체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합리적 의문을 차단한다.

21세기 피트니스 산업은 자기계발을 숭배하도록 길러진 현대인의 정체성이 됐고 일종의 종교가 됐다. 현대인들은 교회를 찾는 대신 열정적인 멘토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쪽을 택한다. ‘크로스핏’이나 ‘소울 사이클’ 등은 심오한 사상과 깊고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스스로를 브랜딩한다. “영감을 불어넣는 공간에서 당신은 완벽한 스쾃 자세를 익히고 심박 수를 낮출 뿐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나고, 전 애인과의 추억을 극복할 거예요.”

또 SNS는 알고리즘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로 가득 차 있고,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사고와 행동을 구성한다. SNS에서 우리는 모두 컬트 지도자인 동시에 추종자(팔로어)가 됐다. 모두가 교주가 되기도, 교주를 따르기도 너무나 쉬워진 사회. 광신의 언어가 빚어내는 오늘날 사회의 초상이다. 344쪽, 2만4000원.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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