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0.4%)이 10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데 대해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고전해온 수출은 불과 한 분기 만에 5.8%나 감소했다. 여기에 민간 소비 성장률조차 -0.4%로 주저앉자 한국 경제도 결국 뒷걸음질을 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간 소비가 코로나19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 효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높은 물가 및 금리 부담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감소로 악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해 왔다. 우리의 경제 성적표는 같은 분기 예상치를 웃돈 성장률(2.9%)을 기록한 미국과도 사뭇 대비된다.
경제계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성장률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면 ‘기술적인 경기침체 진입 신호’로 판단한다. 물론, 엄밀한 판단을 위해서는 고용·소비·생산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상황을 종합해서 살펴봐야 한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올 1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를 책임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 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 조기 집행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초부터 재정 지출 확대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추 부총리의 예상처럼 실제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진짜 위기가 하반기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반기에 접어들면 세계 각국의 연쇄적인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에 닥칠 경기 침체는 저성장·고물가 시대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5년(2015∼2019년)과 향후 5년(2023∼2027년)을 비교하면 연평균 세계 경제성장률은 3.4%에서 2.5%로 낮아지고 세계 물가상승률은 3.2%에서 4.5%로 높아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075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 10위 대국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위로 밀려나는 2050년에 가면 멕시코·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나이지리아·파키스탄 등의 뒤에 서게 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2030년에는 1.9%, 2030∼2060년에는 0.8%로 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예상대로 올 1분기에는 전 분기에 역성장한 기저 효과와 재정 지출 확대 노력 덕분에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며 기술적인 침체 진입 논란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역성장을 앞으로 닥칠 ‘GDP 경쟁력 추락 참사’를 경계하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골드만삭스의 예고는 현실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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