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인상에 따른 지원금 등을 포함한 ‘30조 원 추가경정예산’을 거론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에는 폭증한 난방비 보조를 빌미로 ‘횡재세’ 검토 입장까지 밝혔다.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라는 공식 회의에서 그랬다. 뜻밖의 대규모 수익에 세금을 매기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는 지난해 영국·네덜란드·스페인 등이 도입한 바 있지만, 한국과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이 대표가 거론한 횡재세는 논리적 근거부터 터무니없다. 난방비 폭증은 가스값 급등이 문제이지 원유 문제가 아니다. 2차 전지업계가 이익을 냈다고 가전업체에 세금 폭탄을 안기는 셈이다. 더욱이 영국의 BP와 셸 등은 자체 유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정유업체들은 석유 정제가 주력이다. 불로소득과 거리가 멀다.

현실성도 찾기 어렵다. 민주당이 횡재세 입법에 성공한다 해도 과연 연말에 거둬들일 세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국제 가스·원유 값이 꺾여 올 1∼2월 에너지 선물가격은 지난 5년간 평균에 수렴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아예 지난해 4분기부터 수백억 원씩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제2 코로나·우크라이나전 같은 대재앙이 재연되지 않는 한 횡재세를 거둬들일 현실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난방비 폭증으로 국민 부담이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정유업계가 서민들 고통에 아랑곳없이 ‘기본급 1000% 지급’ 등 과도한 성과급 파티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금 등 법률은 당위성에 발을 딛고 현실성까지 담보해야 하는 게 두 기둥이다. 타당성이 없는 법은 악법이고, 실효성이 없는 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 대표의 횡재세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에너지 정책 파탄부터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횡재세는 근거도 실효성도 없는 혹세무민의 궤변이다. 2분기 난방비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지금은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맞춤형 대책으로 고통을 덜어주는 데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정유업체들도 성과급 잔치 재원을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돌려 생산성은 높이고 유류 소비자 가격은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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