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니’ 박스오피스 4위에
‘오세이사’ 100만 관객 돌파
한국에서 로맨스 영화가 사라졌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대만 영화 ‘상견니’가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고,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가 일본 영화로선 21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무슨 소리냐고? 정정한다. 한국의 로맨스 영화가 사라졌다. 그리고 일본과 대만의 청춘 로맨스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영화 ‘상견니’는 버블티 가게에서 만난 황위시안(커자옌)과 리쯔웨이(쉬광한)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타임슬립 로맨스. ‘네가 보고 싶어’란 제목처럼 두 남녀 주인공은 정말 애틋하고 절절하게 상대방을 찾는다. 도플갱어의 몸을 빌려 시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커자옌은 황위쉬안과 천윈루, 쉬광한은 리쯔웨이와 왕취안성까지 각각 1인 2역을 연기하며 각자의 시간 축에서 상대방을 찾는다. 시공간이 복잡하게 얽히고 동일인이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탓에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으로선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원작 드라마의 팬이라면 무리 없이 따라간다.
소설 원작인 ‘오세이사’는 기억상실증에 걸렸지만 꿋꿋이 밝게 웃는 여자 주인공 마오리(후쿠모토 리코), 마오리에 대한 사랑을 지키며 행복감을 느끼는 남자 주인공 토루(미치에다 ?스케), 그리고 여자 주인공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친구 이즈미까지 청춘 로맨스의 전형적인 인물 구성을 보여준다. 매일 기억을 잃어 이별하지만, 그래서 매일 새롭게 사랑한다는 애틋함과 오글거림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반면, 애틋하고 간질거리는 한국 로맨스 영화는 언제부터인지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박스오피스 50위 안에 든 멜로·로맨스 영화는 ‘헤어질 결심’과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동감’ 정도다. 청춘 로맨스를 표방한 ‘동감’은 시대착오적이란 평가 속 대중적으로도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지난해 넷플릭스로 공개됐던 ‘20세기 소녀’ 역시 김유정 주연의 청춘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3년으로 발을 넓혀도 로맨스 영화는 2021년 ‘연애 빠진 로맨스’ ‘새해전야’, 2020년 ‘조제’ 정도다. 멜로·로맨스물이 주춤한 사이 범죄·스릴러 등 장르물이 극장가와 브라운관에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무조건적인 순애보는 최루성 멜로, 신데렐라 스토리 등으로 폄하 아니게 폄하됐던 한국형 멜로는 현실밀착형 멜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상견니’나 ‘오세이사’의 성공만 보더라도 순수한 사랑의 감정은 여전히 유효한 영화의 소재다. 쉬광한은 ‘상견니’의 인기 비결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에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봤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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