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중앙초 학생들이 지난해 5월 12일 손수 제작한 닭 사육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경북 청도군 중앙초 학생들이 지난해 5월 12일 손수 제작한 닭 사육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청도중앙초 이승하 교사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 만들자”
뒷마당 빈 밭에서 다양한 활동
당번 정해 병아리 사료 챙기고
숲 다니며 캠핑·쓰레기 줍기도

5년전 인근학교선‘아지트 짓기’
반학생 11명 모두 한데 어울려
그 경험으로 프로젝트 이어가


전교생이 50명 안팎에 불과한 경북 청도군의 동산초. 경북 경산시 도심의 중대형 초교에서만 근무했던 이승하(42) 교사는 지난 2017년 처음 그곳에 발을 내딛던 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작은 초등학교에서 마주한 것은 TV나 영화 속에서 보던 시골학교의 순박하기만 한 학생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개성 넘치는 학생들, 그리고 소규모 집단 속에서 잘 바뀌지 않는 아이들 간의 오랜 관계 및 질서였다. 이 교사는 “규모가 적은 학교의 아이들은 1학년 때 시작한 반이 6학년이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긍정적 생각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도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를 깨기 위해서는 뭔가 특단의 행동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이 교사가 도전하기로 한 것은 아이들이 모두 어울릴 수 있는 ‘아지트 짓기’였다. 페트병을 활용해 반 학생 11명 전부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짓다 보니 4월부터 시작해 10월이 돼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터다지기부터 뼈대 세우기, 벽 만들기, 창문 만들기, 문 만들기 등 막연히 쉽게 생각했던 일들도 막상 해보니 어려운 점 투성이였다. 하지만 이 교사는 포기하는 대신 “힘들어도 가능한 한 아이들이 직접 만들게 했고, 하기 싫다고 운동장으로 도망가는 아이들을 붙잡아 망치질, 톱질을 가르쳐주며 조금씩 완성해 나갔다”고 회고했다. 6개월간의 고된 작업 결과 완성된 것이 일명 ‘에코하우스(Ecohouse)’. 아이들은 손수 만든 아지트 안에서 공부도 하고 치킨 파티를 하며 삐걱대던 관계를 개선해나갔다.

경북 청도군 중앙초 학생들이 지난해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경북 청도군 중앙초 학생들이 지난해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이 교사는 그 후로 어느덧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당시의 기억을 가르침에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현재도 전교생이 86명에 불과한 인근의 중앙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소규모 학교인 동산초에서 교편을 잡았던 기억을 토대로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며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중앙초에서 학교 뒷마당에 있는 빈 밭을 활용해 아이들과 닭장을 만들거나 텃밭을 가꾸는 등의 활동에 열심이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병아리 사료와 물을 챙기고 점심시간마다 닭 산책을 시키거나 닭장 청소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큰 닭을 병아리처럼 잡아서 안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끼리도 마음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생태 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인근 하천과 숲 등을 찾아다니며 물고기 잡기, 쓰레기 줍기, 캠핑 등 각종 프로젝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사는 학생들과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우연히 TV에서 학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일본의 ‘기노쿠니’ 학교를 알게 됐다고 한다. 대안학교인 그곳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몇 개월간 집을 만들고 동물을 키우면서 학생의 자유와 의견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 교사는 “저런 학교에서 학생으로 생활한다면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고 행복할 것 같았다”면서 “청도의 작은 학교로 오게 되면서 아이들과 집을 짓고 닭장을 만들고 닭과 토끼도 키우고, 텃밭을 만들어 교사로서 꿈꿔왔던 아이들과의 활동을 하나씩 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런 활동을 좀 더 교육적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 늘 아이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동물이나 식물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는데, 아이들의 삶이 주체적이고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웃음소리가 밖으로 시끄럽게 뿜어져 나오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손으로 흙도 파면서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면서 “어린 시절의 다양하고 긍정적인 경험들이 그들의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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