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6월 대선을 한달 앞당겨 추진
단일후보 못낸 야, 전략 차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술탄’이 될 수 있을까?

에르도안 대통령의 별칭은 ‘21세기 술탄’이다. 술탄은 이슬람 최고 지배자이자 찬란했던 오스만제국의 황제를 일컫는 단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술탄으로 불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총 18개 항으로 이뤄진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핵심은 내각제 폐지와 대통령중심제 도입에 있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한 차례 중임이 가능하고, 임기 종료 전 조기 대선을 치러 당선될 경우 5년 더 집권할 수 있도록 했다. 대선과 총선을 같은 날 치러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행정부의 기능을 대폭 확대해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도 담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무려 3차례나 총리직을 연임한 뒤 2014년 최초 직선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개헌안은 무난하게 통과됐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대 2033년까지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2018년 대선에서 여유로운 승리를 거뒀다. 그런 그에게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1세기 술탄’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난달 18일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튀르키예인들이 1950년에 치러진 선거와 같은 날 선거에서 야당을 해임할 것”이라며 애초 6월 18일에 치를 예정이던 대선을 5월 14일로 당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대 야당이자 1923년 건국 이후 27년간 집권했던 공화인민당(CHP)은 1950년 5월 14일 민주당에 패해 정권을 내준 바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갑자기 선거일을 앞당긴 배경엔 지리멸렬한 야권의 상황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을 결정한 6개 야당 대표들은 지난달 30일 회동에서 ‘국가장래 프로그램’을 담은 240페이지 분량의 백서를 공개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정작 단일 후보를 결정하진 못했다. 선거를 일찍 치르면 야권이 후보를 결정해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튀르키예 법원은 지난해 말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에게 2년 7개월의 징역형과 정치 활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 2019년 6월 이스탄불 광역시장 선거 승리 연설에서 앞선 3월에 치러진 최초 선거 결과가 무효라고 결정한 선거관리위원회를 ‘바보(fool)’라고 조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야권에선 대선에서 최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술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로이터통신은 “리라화 가치 폭락과 치솟는 물가 상승 등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에겐 큰 정치적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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