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놓고 미국과 유럽 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파리 에펠탑 앞에 조성된 오륜 마크.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놓고 미국과 유럽 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파리 에펠탑 앞에 조성된 오륜 마크. 로이터 연합뉴스


■ “설 자리 없다” 는 유럽

폴란드 “40개국 이상 보이콧”
영국 “전쟁 참상과 괴리 크다”
우크라 “침공 정당화 하는 셈”

■ “중립 자격 가능” 하다는 미국

“국기·엠블럼 사용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참가땐 허용”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놓고 유럽과 미국이 갈라졌다. 유럽은 반대, 미국은 찬성이다. 유럽은 보이콧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불을 지폈다. 젤린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SNS에 “파리올림픽에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단이 설 자리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틀 뒤 “여권(국적)을 이유로 출전을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 “올림픽은 물론 예선에 중립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립자격은 개인자격, 즉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명은 물론 국기, 국가 연주도 불허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방으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파리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허용하자 유럽은 반발하고 있다. 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폴란드의 카밀 보르티니치우크 체육부 장관은 “40개국 이상이 파리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면서 “올림픽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영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도 IOC의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의 중립자격 출전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의 미셸 도넬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은 “IOC의 방침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고 있는 전쟁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면서 IOC의 방침을 비난했다.

그런데 미국은 유럽과 정반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될 경우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국기, 국가, 엠블럼의 사용 역시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IOC의 방침을 적극 따르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젤린스키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젤린스키 대통령은 SNS에 “(IOC의 방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범죄적 침공을 정당화하는 셈이다. 스포츠가 전쟁 선전 수단이 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럽은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폴란드의 체육부 장관들은 “IOC의 방침을 분명히 거부한다”면서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가 중립자격이란 명분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건 이 두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치적 결정, 전쟁 선전을 정당화하는 셈”이라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든 국제스포츠단체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IOC 방침을 거부하는 연대를 강화하고 또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지난해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은 중립자격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엔 러시아가 국가 차원의 금지약물 복용 및 도핑 테스트 결과 은폐·조작으로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지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유럽이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유럽이 중립자격 출전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준호 선임기자 jhlee@munhwa.com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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