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취임해 평생 봉직한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는 1934년 개성박물관 관장이던 고유섭의 권유로 고미술 연구에 발을 디뎠다. 개성박물관이 가장 자랑스러워한 소장품인 고려청자 기와 파편 한 점에 매료됐다. 그 기와 조각의 가마터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국립중앙박물관 과장이던 1964년 그는 전남 강진 일대를 돌다가, 어느 아주머니가 소쿠리에 담고 있던 청자 파편 무더기 속의 기와 암막새 조각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을 단서로 연구·조사한 끝에, 그는 청자 가마터와 청자 지붕 얹는 방식 등을 밝혀냈다. 그 전까지 찾아낸 관련 기록은 ‘고려사’의 의종 11년(1157) 부분밖에 없었다. ‘임금이 왕업의 번영을 위해 궁궐 옆에 있던 민가 50채를 헐어 태평정(太平亭)을 짓고, 남쪽에 못을 파 관란정(觀瀾亭), 그 북쪽에 양이정(養怡亭)을 세워 청기와를 올렸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100주년 상징물로 ‘거울 못’ 가에 2009년 건립한 ‘청자정(靑磁亭)’ 지붕을 청자기와로 인 배경이다. 지난해 11월 23일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청자실’에서는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세계적 걸작 250여 점을 보여준다. 그 안에 별도 공간이 ‘고려비색(翡色)’이다. 중국 청자의 ‘비색(秘色)’과 구분되는 고려청자 절정기의 은은하면서 맑은 비취색과 조형성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특별한 감동을 주는 18점을 따로 모았다. 앙증맞은 토끼 3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형상의 ‘투각 칠보 무늬 향로’를 비롯해, ‘사자 모양 향로’ ‘사람 모양 주자(注子)’ ‘어룡(魚龍) 모양 주자’ ‘귀룡(龜龍) 모양 주자’ 등 국보도 5점이다. 본명은 최희순으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 명저도 많이 낸 ‘당대 최고의 미술 안목’ 최순우가 고려청자 비색을 두고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 맑은 하늘빛”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알게 해준다.
그 공간을 열면서, 박물관 측은 “비색의 상형청자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치 명상을 하듯이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비색 청자와 하나가 되는 새로운 예술적 감동의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몰입하게 하는 공간 ‘고려비색’에 가면, 누구나 그런 체험을 온몸으로 하게 될 것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