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든 돈이든 돼지든 충성심 가지고 바쳐라" …北, 건군절 앞두고 물자 강요

8일 北 인민군 창건일 75주년 앞서
"세대별로 북한 돈 5000원씩 부과"
지난해 2000원보다 2배 이상 늘어
"올해 정주년… 주민 세부담 가중"




오는 8일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군부대 지원물자를 강요하고 있다는 내부 소식통의 증언이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5일 "인민군 창건절을 맞으며 안주시에서는 인민반 세대별로 내화 5000원(약 0.6달러)을 인민군대 지원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에도 군 창건절을 맞으며 주민들에게 군대 지원금으로 내화 2000원(약 0.24 달러)이 부과됐다"며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 군대 지원금의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올해는 인민군 창건 정주년(열이나 다섯을 단위로 의미 있게 맞이하는 해)을 맞는 해여서 군대 지원사업을 통 크게 벌리라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면서 주민 세부담이 가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안주시 각 동의 당조직에서는 인민반장들에게 세대별 반드시 내화 5000원을 거둬들이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은 장사가 안 되는데 현금 5000원이 어디에 있냐며 화를 내고 있다"며 "현금이 없으면 쌀이라도 내라는 동 당조직의 강요에 주민들은 ‘돈이 있어야 쌀을 살 수 있지 않겠냐’며 당국의 지시를 집행하고 있는 인민반장에게 대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강요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일 "이달 초부터 중앙에서는 주민대상으로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으며 인민군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자는 사상교양사업을 전 군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함흥시 당국은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쌀이든 돈이든, 돼지든 충성심을 가지고 군대지원물자로 바치라고 연일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RFA에 말했다.

이 소식통도 "이외에 각 주민세대는 의무적으로 내화 5000원을 군대 지원금으로 바치도록 조직하고 인민반장을 통해 거둬 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장사가 안 되어 가족이 먹을 쌀도 해결하기 힘든데, 장마당에서 쌀 1kg을 살 수 있는 5000원이 어디에 있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중앙텔레비전과 3방송에서는 2·8절(건군절)을 맞으며 연일 인민군대를 혁명의 강군으로 키우시고 민족을 지키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받들어가자고 선전하고 있다"며 "이에 주민들은 군대 식량 자금마저 주민세부담으로 강제하고 있는 당국의 선전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