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1992년 입주가 시작돼 이미 30년을 넘긴 경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는 각종 설비 등이 낡아 노후화된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토교통부의 7일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방침은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이번 3종 특례(안전 진단 면제, 용적률 최대 500%, 리모델링 증축 허용)에 대해 과도한 특혜 등의 반발도 나오지만, 수도권에 양질의 아파트 10여 만 가구가 추가 공급될 경우엔 장기적 안전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하락기여서 투기 자극 가능성도 작다.

2005년 이후 인프라 없는 허허벌판에 추가 신도시를 남발해 집값도 못 잡고 난개발만 초래한 경우가 많았다. 도시 전문가들은 분당·일산처럼 인프라가 완비돼 있고, 고급 주택 수요가 높은 1기 신도시를 재건축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을 올리고 층수만 높이는 게 도시 재생이 아니다.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거 표심이나 부동산 차익만 노리는 산발적 재개발을 지양하고, 전체적인 도시 개편의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따라서 신도시 재설계는 기존 4인 가구에서 이미 대세가 된 1∼3인 가구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도로와 스마트 빌딩 등 첨단 기능도 도입한 ‘스마트 도시’여야 함은 물론, 판교처럼 자급자족 기능을 대폭 보완해 단순 베드타운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일본도 유령 신도시 중 도쿄 인근의 다마(多摩), 오사카 부근의 센리(千里) 등은 획기적인 도시 재생 이후에 젊은층이 몰려든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에 뉴타운을 수출한 신도시 선진국이다. 50년 앞을 내다본 제대로 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통해 ‘K-신도시’ 모델을 선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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