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기 정치부 차장

단임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권력 구조에서 여당은 그 존재 자체가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해낸 집권세력이자 국정 운영의 한 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일원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별개의 독립된 선거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집합이 의회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김진한 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분립 원칙의 작동에 치명적 결함을 만드는 것은 바로 정당제도”라며 “원래 권력분립의 원칙은 행정부와 의회 권력이 서로 분리돼 견제하는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오늘날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여당 의원과 보좌진이 ‘정권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관이나 기관장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않으면서 행정부 견제라는 의회의 대의를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당 대표 경선 첫 비전발표회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이번 경선과 관련해 언급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고 후보들에게 당부하면서다. 여권에서 당과 정부, 당과 대통령실을 ‘일심동체’라고 칭하며 단결과 화합을 강조한 사례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한마음 한 몸으로 국정 운영의 동반자이자 주체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이보다 적절한 단어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생각이 다를 때가 많았고 한 방향을 향해 뛰기보다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려 다투고 으르렁거릴 때가 많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당·청 간 충돌이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남으로써 일단락된 뒤 열린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정·청이 일심동체가 돼 국민 중심 정치를 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을 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 후반기에는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집중해줄 것을 기대하며 당도 일심동체 자세로 뛰겠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등 민생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해 여당 일각에서 위기감이 감돌 때다. 일심동체는 이처럼 한마음, 한 몸이 아닐 때도 쓰였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한배를 탄 것은 분명하다. 총선을 앞두고 새로 꾸려질 여당 지도부의 면면이 윤 정부의 국정 운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전당대회를 통해 윤 대통령과 의기투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인삼각(二人三脚)이 돼야 한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무현 때 극단적인 당·청 분리, 박근혜 때 당·청 갈등은 모두 공멸로 이어졌다”며 “국정 운영의 성과는 당과 정부의 이인삼각 게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 발이 무작정 앞서만 가서도, 서로 앞서가겠다고 다퉈서도,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해도 성공할 수 없다. 누가 되든 이심이체(二心異體)가 힘을 합쳐야 한다.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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