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턴 + 캥거루 ‘리터루족’ 속출
“난방 못틀고 밥 먹기도 겁나요”
지출 최소화에 ‘無지출족’까지
지난달 따릉이 이용 10.7% ↑
1만보 걸으면 추가이자 적금도
‘고물가 직격탄’은 가뜩이나 경제적 기반이 약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더욱 잔인하게 할퀴고 있다.
공인 영어시험 응시료마저 줄줄이 오르는 등 고물가를 견디다 못해 자취족들은 본가로 되돌아가는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이 되고, ‘캥거루족’들은 수년간 준비한 부모와 ‘헤어질 결심’이 한없이 약해지고 있다. 엄동설한에 교통비라도 아껴보겠다며 공유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를 택하는 ‘걷기족’도 속출하고 있다. 지출이라도 최소화하겠다며 단체 카톡방에서 자신의 하루 지출을 낱낱이 공유하는 ‘무(無)지출족’도 많다.
9일 만난 MZ 리터루족은 살인적인 고물가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토로했다. 취업 준비생 김진희(여·27) 씨는 최근 학교 근처인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자취집을 정리하고 경기 용인시에 있는 본가로 돌아갔다. 김 씨는 “2015년 대학 입학 당시 50만 원이었던 월 임차료가 65만 원까지 오른 데다가 외식비, 생필품 가격까지 모두 오르면서 도저히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김슬아(여·28) 씨도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5월까지만 자취하고 경기 안양시에 있는 본가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 씨는 “당분간 다시 독립할 생각은 못 할 것 같다”고 못 박았다.
독립을 준비하던 캥거루족들은 서슬이 퍼런 고물가에 염치 불고하고 부모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직장인 고인혜(여·30) 씨는 지난해 말 취업에 성공한 뒤로 회사 근방의 원룸 매물을 꾸준히 물색했지만, 최근 아예 독립을 단념했다. 고 씨는 “아직 독립하지 않았는데도 교통비, 외식비 등 물가가 오르면서 한 달 생활비가 전보다 20만 원 정도 더 늘었다”며 “지금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독립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터놨다.
이 와중에 취업·이직 등에 필수적인 공인 인증 영어시험 응시료는 줄줄이 오르고 있다. 오픽(OPIc) 응시료는 지난달 3일 기존 7만8100원에서 7.5% 오른 8만4000원이 됐다. 토익 스피킹(토스) 응시료는 지난해 7월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한겨울임에도 대중교통 대신 공유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를 택하는 알뜰족도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2년 2월∼2023년 1월) 따릉이 이용 건수는 지난해 12월을 제외하곤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은 최강 한파에도 불구,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57만1452건을 기록했다. 매일 1만 보 이상 걸으면 최고 금리가 연 10%에 달하는 적금에 가입했다는 30대 김모 씨는 “오는 4월부터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다길래 가까운 거리는 걷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MZ 무지출족은 ‘무지출 인증’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허리띠 졸라매기’에 몰두하고 있다.
권승현·조율·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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