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표했다. 특별법안의 골격만 보도했는데도 시장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야 및 수도권·비수도권의 입장이 다른 만큼 옥동자가 탄생하려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통령 공약 사업으로 출발한 주택 공급 로드맵 중 하나가 가시화한 것만으로도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준다. 1980년대 말 5개 신도시 계획에 참여했던 필자의 감회는 새롭다. 당시에도 선진국과 견줘 크게 손색없는 공공의 대규모 주택 공급 프로젝트였는데, 이를 리뉴얼하겠다면서 제출한 특별법안도 그간 수많은 신도시 건설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대체로 체계적이다.
다만, 특별정비구역에서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500%, 절차 간소화 등은 노후 계획도시가 아닌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시대 조류에 맞춰 도시계획 전반에 관한 새로운 틀도 병행해 정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법률은 늘 행동의 경계만을 규율할 뿐, 미래 창조성과 삶의 질을 중점으로 다루기 어려우므로 이에 관한 시행령을 비롯한 각종 지침의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특별법안이 작금의 주택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건설교통부가 2005년에 제정, 2014년에 개정한 ‘지속 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도 1, 2기 신도시에서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완성됐다.
전국 노후 계획도시에 대한 정치권의 총선용 활용도, 침체한 건설업계의 훈풍론과 역풍론, 내 집 마련 또는 갈아타려는 가구에서의 입주 시기와 가격 변동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기회임이 틀림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같은 스마트 도시 시대가 활짝 열리는 시점에서의 계획도시 리메이크이기 때문이다. 이 4차원의 난제를 풀 핵심 열쇠 3가지만 정리해 본다.
첫째, 지난 60여 년간 우리나라 계획도시는 공업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택도시다. 이른바 베드타운이다. 이를 뛰어넘고자 특별법안에서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이라는 개발 도구를 넣었지만, 실무적으로 세부 개발계획 수립에 더 치중해야 한다. 이곳은 베드타운이 아니라, 통합정비 슈퍼블록을 복합 개발단지로 조성해 스마트 도시형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달성되는 정교한 선도적 모델이 매우 시급하다.
둘째, 이주단지를 시급히 조성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계획도시 주변은 개발한계녹지다. 이 지역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전 가치가 떨어지는 곳에 이주단지를 만들어 단계별 이주와 사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순환 프로그래밍되도록 국가의 우선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도시 경쟁력과 삶의 질이다. 최근의 세계 선도 도시는 마천루와 스마트 빌딩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으며, 차 없는 15분 거리로 일상을 연결하고, 생태 환경을 중시한다. 높이 지을 곳은 초압축도시(super compact city)로, 나머지는 초생태도시(super eco-city)로 조성하는 공간 이원화 전략도 필수다.
셈법이 다른 국민이 떠받치고 있는 국가일수록, 세계적으로 드문 대규모 노후 계획도시 재창조 사업에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삶의 질이 마스터플랜 도출의 시급성보다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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