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민군 창건 야간 열병식에 마지막 등장한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김일성광장을 행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8일 인민군 창건 야간 열병식에 마지막 등장한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김일성광장을 행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건군절 열병식 첫 등장 고체 ICBM ‘모형’ 추정…고체엔진 기술 6년새 큰 진전
장영근 “3단로켓 조립 후 기술검증 단계 거치려면 빨라야 6∼7월 시험발사”
신종우 “고각발사 후 美본토 타격능력 과시위해 정상발사 시도 가능성”
‘상승 후 점화’ 콜드론치 방식·하중 견디려 TEL 직립장치 보강


북한이 지난 8일 야간에 진행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고체연료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개량된 이동식발사차량(TEL)까지 선보임에 따라 본격적인 시험발사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시험발사를 하려면 1∼3단 로켓 제작·조립 및 기술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해 빨라도 6∼7월 이전에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몇 년 전부터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계속해온 북한은 지난해 12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엔진시험 현지지도 장면을 공개해 고체 ICBM 개발이 마무리됐음을 예고했다. 이와함께 동창리에서 최근 새 엔진시험대를 건설 중인 움직임도 관측됐다.

북한이 기를 쓰고 고체 ICBM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미사일을 전격 공개한 것은 본격적인 시험발사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고체 ICBM은 ‘모형’(mock-up)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신형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관 직립 장치가 식별돼 실물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아직 실물 조립 단계에 들어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 붉은 원은 발사대의 직립 장치로 추정되는 부분. 조선중앙TV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제공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 붉은 원은 발사대의 직립 장치로 추정되는 부분. 조선중앙TV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제공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0일 “북한이 고체 ICBM 1단, 2단 로켓 엔진 및 발사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3단 로켓까지 다 완성해서 조립한 단계는 아니며, 열병식에서 선보인 것은 ‘모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정상적으로 3단 로켓까지 조립하고 TEL 발사관 안정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검증까지 거치려면 속성개발이 주특기인 북한이라도 아무리 빨라도 6∼7월 이전에 시험발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 화성-17형을 최소 11기, 신형 고체연료 ICBM은 5기 이상 동원했다. 기존 열병식에 화성-17형 4∼6기 정도를 투입했던 것과 달리 역대 가장 많은 숫자의 ICBM을 늘어놓고 대미 핵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신형 고체연료 ICBM은 지난해 12월 로켓 지상 분출 시험에 이어 실제 모습을 공개한 이상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핵 전문가인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몇 달 내 첫 번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이라며 “뒤이어 성능 확인을 위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일 군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형 고체 ICBM은 북한의 최신 ICBM 화성-17형(길이 22~24m)보다 약간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화성-17형의 TEL 바퀴가 11축 22륜인데 반해 이 미사일 TEL은 9축 18륜으로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체연료 엔진은 액체 연료와 산화제의 이동을 위한 배관 등이 불필요해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므로 액체연료를 쓰는 화성-17형의 백두산 엔진보다 작은 크기로 설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미사일을 더 작게 제작할 수 있다. 독성과 부식성이 강한 액체연료 및 산화제는 미리 주입해두면 미사일 동체 부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발사 직전 주입해야 하고 이에 따라 주입에 시간이 소요되며 주입 과정이 상대에 식별될 경우 선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고체연료는 건전지를 끼우듯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연료를 탑재한 뒤 발사가 가능하므로 조기 탐지와 식별할 시간이 짧아 한미 요격망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이 기를 쓰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무려 11기를 선보인 괴물 ICBM 화성-17형은 액체연료라 발사 준비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걸려 미국의 정찰위성에 사전 발각돼 고체 ICBM에 비해 상대적으로 요격이 용이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7형은 미국에 실질적 은 위협이 되지 못하는 위협 과시용”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고체 ICBM 개발을 기를 쓰고 서두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형 미사일은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담긴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사일 본체가 그대로 TEL에 올려진 화성-17형이나 화성-15형 등 기존 액체연료 계열 ICBM과 구분된다.

캐니스터 적재는 액체연료와 비교해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과 화염이 발생하는 고체연료 특성을 고려, ‘콜드론치’(cold launch·압축 기체를 이용해 미사일을 상승시킨 뒤 공중에서 연료로 엔진을 점화하는 발사 방식)를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콜드론치로 미사일을 상승시키려면 캐니스터가 있어야 한다”며 “이외에 미사일의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탄두 중량 8∼9t으로 극비리에 개발 중인 전술핵무기급 현무-5 탄도미사일도 하중에 따른 발사 충격 최소화를 위해 콜드론치를 적용했으며 러시아 토폴-M ICBM도 같은 방식이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에 이미 고체 연료, 원통형 캐니스터, 콜드론치 방식을 적용하는 등 발사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북극성-2형이 2017년 2월 공개된 길이 9m짜리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년 새 북한 고체연료 기술이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ICBM을 쏘기 위해 필요한 TEL의 성능 개량도 이뤄졌다. 신형 미사일을 싣고 나온 TEL은 고체연료 엔진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처음 공개된 2017년 4월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 때 이를 탑재했던 TEL과 비교된다.

2017년 공개된 고체 ICBM TEL은 중국제 차량에 바퀴는 8축 16륜, 발사관 직립 장치는 발사관 하부 중앙 지점에 1개 있는 형태였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북한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9축 18륜 차량에 직립 장치가 발사관 좌우 측면에 달린 형태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17년 공개한 TEL은 북한이 계획하는 고체연료 ICBM 발사에 적합하지 않았고, 이후 개량을 거쳐 탑재 중량이 무거운 ICBM을 버틸 수 있는 TEL 차체와 직립 장치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관 좌우 측면의 직립 장치는 화성-17형 TEL에도 적용된 형태로, 북한이 그간 화성-17형 시험발사를 거치며 실전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고각 발사로 성능을 검증하고 이후 정상 각도(30~45도) 발사를 시도해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을 과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작년 12월 20일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가졌는지를 검증하려면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며 정상 각도 발사를 시사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상황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면서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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