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와 서해를 가르는 11.2㎞ 길이의 시화방조제 중간지점에 위치한 시화조력발전소가 ‘발전 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바닷물을 유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시화호와 서해를 가르는 11.2㎞ 길이의 시화방조제 중간지점에 위치한 시화조력발전소가 ‘발전 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바닷물을 유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수자원공사, 세계 최대규모 ‘시화조력발전소’ 운영

50만명 1년간 사용할 전기 생산
연간 86.2만배럴 유류사용 대체
해수 들어와 시화호 수질개선도

영국서 ‘K-조력’ 노하우 공유 요청
머지강 개발 기술협력 협약체결


안산=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지난 5일 정월대보름, 밤하늘에 휘영청 보름달이 뜨자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시화조력발전소도 한층 바빠졌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이곳 조력발전소에서는 달과 태양이 해수면을 끌어당기는 밀물 및 썰물 때 해수면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는 발전소 양옆 서해와 시화호 간 낙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5일 뜬 보름달의 영향이 차차 누적돼 해수면 차가 가장 극대화된 9일, 시화조력발전소의 발전량은 1804㎿h, 발전시간은 12시간 1분에 달했다. 해수면 차가 적었던 지난 2월 1일 발전량이 235㎿h, 발전시간이 2시간 19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다. 시화조력발전소는 이처럼 매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해수면의 낙차를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 ‘K-TOP 4.0’으로 자동계산해 최대발전량의 전기를 생산해낸다. 이렇게 1년에 생산해내는 전기의 양이 무려 552GWh, 50여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8일 경기 안산시 시화조력발전소 내 제어실에서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서해와 시화호 간 낙차, 발전량, 발전 스케줄 등의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지난 8일 경기 안산시 시화조력발전소 내 제어실에서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서해와 시화호 간 낙차, 발전량, 발전 스케줄 등의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국내 유일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조력발전소. 시화호와 서해를 가르는 11.2㎞ 길이의 시화방조제 중간지점에 위치한 작은가리섬 내 13만8000㎡ 부지에 이곳 발전소가 세워져 있다. 세계적으로도 ‘메가 조력발전소’로 꼽히는 시화조력발전소의 시설용량은 254㎿로, 규모 2위인 프랑스의 랑스 발전소(240㎿)를 제외하고는 캐나다 아나폴리스 발전소(20㎿), 중국 지앙시아 발전소(3㎿), 러시아 키스라야구바 발전소(0.4㎿)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시화조력발전소에는 총 10대의 발전기가 설치돼 있는데, 수차 발전기 1기에서 초당 48만2000ℓ의 바닷물을 유입한 후 최대 7.5m의 낙차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시화호 저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1억4700만t의 해수가 매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안팎으로 유통된다.

2011년 준공돼 상업 발전을 시작한 시화조력발전소는 과거 1990년대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의 수질 개선 차원에서 세워졌다. 담수호로 조성될 계획이었던 시화호가 각종 폐수 유입으로 오염되면서 2001년 서해 유입을 허용하게 됐다. 서해와 시화호 간 조석 간만의 차이만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친환경 발전시설을 만든 것이다. 곽희진 시화조력관리단의 조력운영부장은 “석유를 활용한 발전시설 가동 시와 비교해보면 조력발전으로 연간 86만2000배럴의 유류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31만5000t을 줄이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 유입으로 시화호의 수질도 서해와 비슷한 수준(COD 2.0ppm)으로 개선됐다.

시화조력발전소가 가동된 지 만 10년을 넘긴 지난해에는 영국에서 먼저 ‘K-조력’의 발전소 건설·운영 노하우 공유를 요청했다. 그 결과 총 6개 자치구가 연합한 영국 리버풀권역정부(LCRCA)와 한국수자원공사 간 영국 ‘머지(Mersey)강’ 조력 사업 개발 및 건설을 위한 기술협력 강화협약(MOA)을 지난해 12월 체결했다. MOA에 따라 이들 기관은 △조력개발을 위한 기술교류 △머지 조력사업 참여방안 협의 △탄소중립, 물·에너지·도시 연계를 위한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당시 MOA 체결 현장에 동석했던 최홍열 한국수자원공사 신성장사업부장은 “지난 1월 영국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머지강 조력 개발 관련 첫 번째 기술교류를 진행하는 등 속도감 있게 후속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LCRCA가 추진하고 있는 머지 조력 사업은 2030년 운영을 목표로 리버풀의 머지강에 700∼2400㎿ 규모의 조력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최대 1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2∼4TWh(시화조력의 약 2∼7배 수준)의 전기를 생산하고자 한다. 40억∼150억 파운드가 투자되는 영국 최대규모의 공공부문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수자원공사의 향후 참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 부장은 “영국은 머지강 사업을 통해 산업도시였던 리버풀을 탄소중립도시로 바꾸고 2040년까지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고자 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인데, 우리나라가 초기 단계부터 관여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 외에도 호주 등에서 시화조력발전소 등 국내 조력발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머지 사업의 단계별 참여를 통해 K-조력의 해외 진출이 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운영프로그램에 AI 활용… “발전량 예측 정확도 98%, 세계 최고수준”

‘K-TOP 4.0’ 스케줄 매일 계산
“주변 침수예방까지 업그레이드”




지난 8일 오후 3시 23분,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조력발전소 건물 전체에 ‘삐’ 소리의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바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 ‘K-TOP 4.0’이 시간별 최대 발전량을 예측해 이날 조력발전을 개시한 시각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시설을 움직이는 K-TOP 4.0은 불규칙적인 밀물과 썰물의 크기, 매일 달라지는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최대 발전량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 스케줄을 매일 계산해 제공한다. 실제 설치된 발전기와 동일한 조건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해 5분마다 제반 사항을 업데이트하고 이를 기반으로 발전량을 계산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트윈’ 기법이 적용됐다.

K-TOP 프로그램이 첫발을 뗀 것은 지난 2015년. 당시 K-TOP 1.0을 시작으로 편의성 및 예측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선을 추진해왔다. 지난 2021년도 12월 현재의 스마트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 K-TOP 4.0 개발이 완료됐다. 이날 발전소에서 만난 정진관(사진) 시화조력관리단장은 “K-TOP 프로그램 도입 전에는 최대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90% 수준이었는데 현재 98% 수준까지 향상됐다”며 “이 같은 형태의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K-TOP 4.0은 1년 이상 중장기 조력발전량을 예측하여 조력발전 타당성 조사 또는 기본·실시설계 시 경제성 평가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채택한 단방향 발전방식뿐만 아니라 양방향 발전방식의 조력발전량도 계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영국 등 조력 신규 개발을 추진 중인 다른 나라에도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뿐만 아니라 K-TOP이 발전량 계산에서 나아가 주변 지역 영향까지 고려한 수량 조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정 단장은 “발전 예측도 정확도 개선은 물론이고 여름철 홍수기 때 발전시설을 적절하게 운영해서 주변 지역 침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선작업이 완료되면 K-TOP 5.0으로 이름 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정 단장은 “시화조력발전소는 시화호를 중심으로 한 해양·기상·생태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 자동운전 조력발전소로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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