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계 미국인 작가 권오경, 첫 장편 ‘인센디어리스’ 한국어판 출간
사이비 종교 소재로 미국서 인기
‘파친코’ 감독이 드라마 제작중
“아시아 뜨는 만큼 혐오도 늘어 걱정
진한 눈화장, 나름의 저항 방식”
한국계 미국인 작가 권오경의 첫 장편 ‘인센디어리스(The Incendiaries)’(문학과지성사·작은 사진)는 기독교 극단주의 단체가 임신중절 병원을 폭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무리 안에 ‘피비’가 있다.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 찬송가를 부르는 건 ‘존 릴’. 북한 수용소에 다녀온 후 종교지도자가 됐다. 여기에, 이 두 사람을 좇으며 괴로워하는 피비의 옛 연인 ‘윌’까지 소설은 세 사람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많은 사람이 신앙의 양극단에 서 있죠. 그 사이의 균열을 넘고 싶었어요.” 2018년 이 소설로 데뷔한 권 작가는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권 작가를 최근 온라인으로 만났다.
“기독교 신앙은 제 모든 것이었어요. 그것의 상실은 중차대하고 결정적인 사건이었고,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어릴 적 목사가 되고 싶었던 권 작가는 17세의 어느 날 신앙을 버렸다고 했다. 삶의 중심이었던 세계가 사라진 고통은 컸다. 그는 “해방감이 아닌 애통함이 찾아왔다”면서 “매일 슬프고 처절하게 외로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영감의 원천이 됐고, 그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작가를 닮아 있는 피비, 윌, 존 릴을 만나게 됐다. “이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원은 ‘문학’입니다. 소설이 신앙을 대체한 것이죠.”
작가처럼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피비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다가 종교가 주는 가장 큰 매력, ‘확신’의 세계에 빨려 들어간다. 존 릴은 사이비 단체를 이끌며 ‘초월적’ 임무에 투신한다. 신의 부름을 받았다 믿는 것. 두 사람보다 더 흥미로운 인물은 윌이다. 신학대학을 그만두고 무신론자가 되었으나, 신앙이 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가 친구들에게 한때는 기독교 신자였다고 말하는 장면과 주위의 반응은 작가의 실제 경험이 강하게 투영됐다. 윌은 점점 극단주의에 빠진 첫사랑 피비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권 작가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세계관이 다르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우리 영혼이 영원히 살 것이란 믿음과 우리 모두 작은 먼지가 될 뿐이라는 생각 사이에서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거든요.”
작가는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LA에서 성장했다. 자연스레 이민자로서의 디아스포라적 요소와 여성주의적 시각, 낙태와 테러 등 미국사회의 문제가 소설에 담겼다. 이날 작가는 아시아계를 향한 환호와 혐오의 이중적 현상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영화와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계가 부상한 반면, 혐오와 폭력도 많아져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가 늘 특유의 검고 진한 눈화장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계 여성은 약하고 순종적이고 만만하다는 편견이 있죠. 이건 제 나름의 저항과 싸움 방식이기도 해요. 물론, 오늘도 엄마는 ‘요란하다’며 걱정하셨지만요.”
소설은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드라마로 작업 중이다. 권 작가는 “TV 쇼는 소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창작물이기에, 원작자로서의 관여는 거의 없다”면서도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며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이 화면에 나오면 인기가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나 그 믿음이 얼마나 틀렸는지 지금 전 세계가 보고 있잖아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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