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찰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인근 대서양에서 미 공군의 F-22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찰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인근 대서양에서 미 공군의 F-22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고 있다. 연합뉴스


■ What -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본 각국의 ‘첩보전 전력’

프랑스 1794년 플뢰뤼스 전투서
열기구 활용해 정찰한 것이 최초

냉전 끝난 뒤 첩보위성이 최정점
구름이나 기상악화 땐 기능 못해

미, 4개국과 함께 ‘에셜론’구축
방송·위성통신·문자까지 감청


미국이 세계 최강 F-22 전투기를 동원해 지난 4일 미국 대륙을 통과한 버스 3대 크기의 중국 ‘정찰풍선’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변에서 격추시키는 등 자국 영공을 침범한 정찰풍선을 잡는 데 미사일을 쓰고 있다. 이번 ‘정찰풍선’ 사태로 각국이 정찰 자산을 둘러싸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하늘과 인터넷 공간을 누비는 다양한 ‘첩보전 전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군사용 정찰풍선은 프랑스군이 1794년 플뢰뤼스 전투에서 지상과 밧줄로 연결된 열기구를 활용해 오스트리아군을 정찰한 것이 최초다. 이후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에선 북부군이 남부 연합군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기구 부대’를 운영했다. 냉전 시대에도 정찰풍선은 인공위성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지상 가까이서 목표물을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자주 이용됐다. 정찰풍선은 첩보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잠시 잊혔다. 미국은 미·소 냉전 시절 소련군 군사력을 파악하고, 이동을 감시하고자 첩보위성을 개발했다. 미국은 첩보위성 이전에 U-2 정찰기 등 고고도 정찰기로 구소련의 군사력과 핵시설, 미사일 기지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소련이 고고도 대공 무기들을 개발하고, U-2 정찰기가 격추되는 사건 등이 발생하자 군사위성을 개발하게 됐다. 그 결과가 1960년 탄생한 세계 최초의 첩보위성(KH-1)이며, 영문명으로 디스커버러/코로나(DISCOVERER/CORONA) 위성이다. 이후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도 첩보위성을 개발, 군사 분야에 첩보위성이 수집하는 군사정보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커졌다.



냉전 시대가 끝난 뒤 미국이 세계 최강 군사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첩보위성 자산 보유에 의한 첩보전 능력에 있다. 위성 데이터베이스와 우주 발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외기권에 22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0개 이상이 미국 위성이다. 중국은 320개, 러시아는 160개다. 군사 첩보(정찰)위성만 지구궤도상에 339∼485기가 존재하며 미국이 절반인 189개, 중국 105개, 러시아 100개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라이벌 군사 강국을 견제하기 위해 차세대 군용 정찰위성 프로젝트인 ‘블랙잭’을 가동했다. 새 프로젝트는 저궤도에 2026년까지 1000기의 스파이 위성을 띄워 촘촘히 지구를 에워싸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첩보위성이 만능은 아니다. 첩보위성은 구름이나 기상 악화에 따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즉각적인 미사일 발사 징후 등 첩보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 또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위성이 많은 국가가 아니라면 빙글빙글 도는 지구를 계속 관찰하긴 어렵다. 이에 따라 각국은 최첨단 특수정찰기나 무인정찰기 등을 통해 영상·감청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정찰풍선의 부활도 핵심 군사시설 상공에 장시간 체공하면서 더 선명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재평가된 때문이다.

미 공군이 보유한 최첨단 정찰기 RC-135 계열 3종 세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탐지를 위해 자주 투입되면서 널리 알려져 있다. RC-135W 리벳조인트(Rivet Joint)는 통신·신호 정보 수집 분석용 통신감청 정찰기로 미사일 발사 전 지상 원격 계측 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도 탑재하고 있다. 미 공군이 단 두 대만 보유한 RC-135U 컴뱃센트(Combat Sent)는 기체에 고성능 첨단 센서를 장착해 수백 ㎞ 밖의 신호 정보나 미사일 발사 전파 등 전략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포착된 정보는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 최고 지휘부에 실시간으로 직보돼 ‘국가전략급 정찰기’로 불린다. RC-135S 코브라볼(Cobra Ball)은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로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다. 또 미 공군의 E-8C 조인트 스타스(J-STARS)는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 지상 병력과 장비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다.

위성이나 정찰기 외에 통신감청도 첩보전의 중요한 영역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적으로 비밀리에 구축한 통신감청 체계인 ‘에셜론(ECHELON)’이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당시 에셜론의 감청 범위는 문자메시지, TV와 라디오 방송, 위성통신 등 다양한 매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캐나다 등이 에셜론 프로그램에 공동으로 참여해 세계의 정보 수집을 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미 NSA가 비밀리에 운영해왔던 ‘프리즘 프로젝트’가 새롭게 공개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최대 통신회사 버라이즌으로부터 국외자에 한해 통화 내역을 받아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페이스북·카이프·야후 등 9개의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중앙서버에 아무런 제한 없이 접속해 모든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었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폭로한 ‘첩보지도’에 따르면 미 NSA는 지난 2013년 3월에만 970억 건의 첩보를 수집했고 특정 사용자의 IP 주소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은 중국 해킹 공격을 프리즘 프로젝트 개발 명분으로 삼고 있다.

중국‘정찰풍선’ 비행 궤적을 추적한 것으로 보이는 미 공군의 정찰기 RC-135U.
중국‘정찰풍선’ 비행 궤적을 추적한 것으로 보이는 미 공군의 정찰기 RC-135U.


핵 도발 위협을 높이는 북한에 대한 첩보전도 치열하다. 미국 첩보위성은 렌즈로 내려다보는 광학 위성 2개, 레이더 위성 2개 등 합계 위성 4개를 1개 조로 맞춰 매일 북한을 들여다본다. 한국은 현재 첩보위성 4개가 운용 고도 약 400∼670㎞를 오간다. 일본의 첩보위성은 현재 9개에서 2025년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의 첩보위성은 해상도가 10㎝급이어서 장애물이 없는 탁 트인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사람이 읽고 있는 신문이 뉴욕타임스인지 월스트리트저널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 일본의 첩보위성은 기술 발전을 거듭한 결과, 지상 물체 30㎝급을 식별해낼 수 있다. 한국은 약 60㎝급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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