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박대한(27),사라(여·27·프랑스) 부부

프랑스인 와이프를 만난 건 군대에 가 있을 때입니다. 2018년 추석 연휴, 전역을 11개월 남겨뒀을 때였습니다. 휴가를 나온 전 홍대의 어느 바에 놀러 갔어요. 술 한잔을 시켜 놓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프랑스 여자의 모습에 전 홀딱 반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와이프를 보면서 ‘어떻게 말을 걸까?’ 궁리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연락처를 묻는 게 익숙하지 않아 결국 포기했습니다. 쓸쓸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게 다가와서 “라이터 좀 빌려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어요. 와이프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날 이후 연락을 주고받게 됐어요. 군인 신분이라 만나기는 힘들었지만, 마냥 설레고 좋았습니다. 전역을 한 달 앞뒀을 무렵,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한국에 온 와이프의 비자가 만료됐습니다. 전역한 저는 군 생활하며 한 달에 30만 원씩 저축한 돈을 써 프랑스행 비행기 표를 샀어요. 주어진 시간은 제 여행 비자 만료 기간인 단 3개월이었습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죠.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희는 각각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어요. 저희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죠. 8개월 동안이나 못 봤지만, 사랑은 오히려 타올랐습니다.

2020년 8월 한국어학당에 다니기 위해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와이프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2년이 흘러 와이프의 비자 만료 기간이 가까워 왔을 때 저희는 결혼했어요. 배우 지망생인 저는 생계를 위해 경기 화성시에서 공장 기술자로 일하고 있고, 와이프 역시 현장 생산직으로 근무 중이에요. 반지하 단칸방 월세에서 시작해 옥탑방을 거쳐 얼마 전에는 투룸으로 이사 왔습니다. 고단한 일상일지라도 꿈과 희망, 무엇보다 와이프가 있어 힘이 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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