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국회가 지난해 7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나설 때만 해도 기대감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핵심 개혁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개혁안을 내도 국회 의결이 필요한 만큼, 국회가 직접 개혁안을 모색하겠다는 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불안했다. 첫 회의는 3개월이 지난 10월 말에야 열렸고, 그조차도 여야 의원들이 덕담 수준의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30분 만에 끝났다. 특위가 민간자문위원회에 2월 말까지 초안을 마련해 달라고 재촉하면서 불안감은 커졌고, 자문위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안을 핵심 안으로 제시하자 여야 간사가 나서 토론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실망감으로 끝났다. 특위 여야 간사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보다 기초연금 등 다른 연금과 연계하는 ‘구조개혁’을 먼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수개혁은 정부 몫이 강하다고 밝히며 사실상 정부에 떠넘겼다.
속내가 보인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려야 한다는 민간자문위 개혁안이 공개된 후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특위가 발을 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보험료율 인상안은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제시해 왔던 만큼 완전히 새로운 방향이 아니었다. 부정적 여론은 예상 가능했다는 의미다. 연금개혁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특위는 자문위의 초안 제출을 앞두고 갑자기 구조개혁을 들고나오면서 그간의 논의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로 하반기엔 정치권이 여론을 더 의식하느라 연금개혁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국회는 이렇게도 여론의 눈치를 많이 살피지만, 여론에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의 국가기관별 신뢰도에서는 지방자치단체 49%, 경찰 48%, 법원 44%, 정부 43%, 검찰 39%, 국회 15% 등의 순이었다. 여기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국회가 무려 81%에 달했다. 세계가치조사가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20.7%에 그쳤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첨예한 정책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피하기보다는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여론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국회 연금특위가 국민 500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점이다.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은 여야가 참여한 특위와 정부, 공무원 노조,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국민 대타협기구를 통해 성공했다.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보다는 30∼40년 후 미래 세대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연금 받으면 그만이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는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아들과 딸, 손주가 힘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내가 희생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이라면 연금개혁이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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